사람이 죽은 후 한줌 흙으로도 아니고, 한줌의 재로도 아닌 손에 움켜쥘 수 없는 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연 자연이 한결 깨끗해질 수 있는가. 최근 유럽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시신을 용해’해 하수처리시스템으로 보내는 새로운 장례방식이 제기됐다. 벨기에 플랑드르 장의사협회의 이와 같은 주장에 유럽 위원회가 안전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을 처리한 용해액은 마을과 도시의 하수에 흘러들어가 고이게 되면 가공공장을 거쳐 재활용수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협회 측은 이 방식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친환경적이며 화장이나 매장보다 에너지와 비용 소모가 덜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장례방식이 단지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허용되는 것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유교 문화가 강해 매장문화를 선호했던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몸 전체를 녹여 흔적도 없이 흘려보내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신체발부수지부모’를 목숨처럼 생각해 상투머리를 자르지 않았던 민족이 차츰 매장문화에서 화장, 수목장 등으로 장례방식을 바꿔왔지만 아예 보고 기억할 만한 유형의 존재가 없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다.

물론 화학적 장례방식에 반색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더 이상 사람을 매장할 땅도 부족하고, 화장(火葬)을 하기에는 환경오염이라는 큰 장애물이 있다. 자연친화적이기는 하지만 수목장 또한 공간 부족이라는 단점이 따른다.

그렇다고 화학적 장례방식이 이들 문제점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환영받아서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한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 사후에도 그 생명이 존중받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어떤 장례방식이 친환경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방식인지 찾아보기를 주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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