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타국의 가공할 군사력이 영토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나라는 없을 것이다. 중국의 코 앞 서해에서 펼쳐질 한미 군사훈련을 앞두고 중국의 신경이 곤두 서 있다.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들이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상은 이동하는 미국의 거대한 해상 군사기지인 항공모함이다. 알려진 대로 한국과 미국은 미국의 항모를 서해에 진입시켜 천안함 폭침 사태와 관련한 대북 무력시위 차원의 군사훈련을 준비 중이다.

서해 군사훈련의 중심 무력은 배수량 9만 7천t급으로 축구장 3배 크기의 핵 항모 조지워싱턴호다. 이 배는 공중조기 경보기, 전자 교란기를 포함해 70~80대의 전폭기를 싣고 움직인다. 더구나 항모는 핵잠수함, 이지스구축함, 미사일순양함 등으로 대규모 전단을 이루어 움직이기 때문에 가공할 전투력을 지닌다. 중국이 이에 위압감을 느끼고 발끈하는 것은 일응 이해할 만한 조건반사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한미가 서해 군사훈련을 하게 된 사태의 전말을 무시하고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강대국다운 면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그것은 지나친 자국 중심의 편협하고 이기적인 발상이며 천안함을 폭침한 도발자인 북한에 부당하게 편향된 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중국은 연일 관영 언론과 군부를 통해 대국의 체모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원색적이고 강경한 경고의 메시지를 토해내고 있다. 현역 인민해방군의 한 장성은 최근 홍콩의 한 TV 방송에 출연해 “미 항모가 서해에서 한국 해군과 합동훈련을 할 경우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용 과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 항모를 훈련 파트너인 청군(靑軍)으로 삼아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실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미 항모 전단의 작전 능력과 작동시스템 해상포진 등을 탐지하는 기회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민해방군은 조지 워싱턴호를 대상으로 자국군의 정찰능력, 감지시스템의 작동, 원거리 전산시스템 등을 검증하고 항모에 신속하고 정확하며 강력한 타격을 할 수 있는지의 능력을 실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국제사회가 암흑가는 아니지만 원수는 언제나 서로 보복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잠시 분노를 참겠지만 보복은 시간문제’라고 썼다.

이것은 순 협박이고 공갈이며 지나치게 도발적인 흥분임에 틀림없다. 침략을 받은 남의 나라의 주권적이고 자위적인 군사훈련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말할 자격은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것이다. 중국이 정말 강대국답게 국제 문제에 책임 있고 공정하게 행동하려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퍼붓는 원색적인 비난과 경고의 절반만큼이라도 북한을 규탄하는 데 할애해야 마땅하다. 유엔의 무대에서나 비밀스러운 중국과 북한의 양자적인 관계 모두에서 그렇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이렇게까지 격(格)과 거리가 먼 험한 말을 하지 않아도 한국과 미국은 물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중국이 하는 얘기를 설득력 있게 귀담아 들을 것이라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국제 질서를 평화롭고 공정하게 이끌어 나가야 할 소위 G2 반열의 강대국이다. 언동도 그 격에 맞게 세련되고 정제(refine)돼야 하며 신중해야 한다. 솔직히 중국이 그렇지 못한 것이 숙명적으로 영원한 이웃이어야 하는 우리에게 큰 실망이며 걱정거리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주권과 영토를 어떻게 지켜내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적이고 자위적인 결정사항이다. 중국은 서해 공해상에서 벌어질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압박감을 받겠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의 원인을 따져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 동시에 인내심을 갖고 공정한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군사훈련에 대해 시비하기 전에 상습적으로 도발행위를 감행하는 북한을 꾸짖고 견제해야 할 것이다. 미국 항모의 작전 반경이 600km이고 항모 전투기의 그것은 1천 km여서 베이징과 텐진(天津), 산동반도, 요동반도가 서해에 진입하는 항모의 작전 범위 안에 드는 것은 맞다. 한국과 미국이 서해 군사훈련의 목적과 방식, 동원되는 군사력과 그 대상에 대해 소상하고 투명하게 발표했더라도 중국이 긴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군사훈련은 중국에도 부담이 될 북한의 도발 망동의 의지를 꺾기 위한 것이므로 중국이 공공연하게 동의는 못하더라도 냉정하게 지켜봐 주는 것이 이웃의 강대국으로서 책임 있고 대의(大義)에 맞는 행동임을 지적하고 싶다. 한반도의 바다와 하늘, 땅 등에서 이렇게 이웃이 날카롭게 반응하는 이런 군사훈련이 필요 없는 날이 오기를 절실히 고대하는 것은 누구보다 한국 사람들이라는 것을 중국은 알아야 한다. 중국은 서해 훈련을 비난하기에 앞서 군사훈련이 필요 없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게 북한의 도발 관행을 꾸짖고 견제하는 그런 노력을 앞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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