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릉에 무슬림 관광객을 위해 설치하려던 기도실이 무산됐다. 한해 100만명 가까이 오는 무슬림 관광객 중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강릉을 찾는 이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설치하려던 이동식 기도실이었다. 한 개신교 단체가 만든 ‘무슬림 기도실 설치 반대 서명’ 사이트에는 7일 오후 12시 기준 5만여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반대 명분으로 특정 종교 특혜와 근본주의 무슬림 경계, 과격 이슬람의 유입을 막는 세계 흐름과 반대되는 움직임 등을 내세웠다. 개신교인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관광공사는 결국 예정했던 무슬림 기도실 계획을 철회했다. 

국내 개신교단체가 무슬림에 극한 혐오감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무슬림을 위한 할랄푸드 단지 조성이나 이슬람채권 수쿠크(Sukuk) 유통을 허용하려고 할 때도 극렬하게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이처럼 그간 개신교계의 극렬한 무슬림 혐오 운동이 국익에 끼친 손해가 적지 않다. 

개신교계의 이 같은 극한 타종교 배타 행위는 개인의 양심에 따라 선택한 종교를 인정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행동이지만 기득권층의 다수가 개신교인인 탓에 별 제재도 없는 실정이다. 개신교계가 무슬림을 반대하는 이유에는 무슬림이 증가하면 교인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개신교계가 더욱 세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개신교계의 이번 무슬림 기도실 반대는 한국 개신교의 오만과 독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국에서 이 소식을 접하면 무슬림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혀를 찰 일이자,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올림픽 개최국의 망신이다. 종교인을 떠나 올림픽 개최국 국민의 염치마저 잃어버린 이들의 행동은 한마디로 말을 잃게 한다. 한국 문화는 어우러지고 화합하는 비빔밥 문화로도 대변된다. 온 국민이 역사적인 평화올림픽이 되길 바라는 평창올림픽은 국경과 인종과 종교를 넘어 배려와 화합의 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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