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 뮤지컬 ‘레드북’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브라운(박은석 분)’이 ‘안나(아이비 분)’에게 안겨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 뮤지컬 ‘레드북’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브라운(박은석 분)’이 ‘안나(아이비 분)’에게 안겨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시범공연 후 1년 만에 본공연으로 무대 올라

야한 생각 하는 여자 통해 사회적 편견 다뤄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해 ‘슬플 때마다 야한 생각을 하는 여자’라는 독특한 캐릭터 콘셉트로 뮤지컬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던 뮤지컬 ‘레드북’이 정식 무대에 올랐다.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 뮤지컬 ‘레드북’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오경택 연출,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배우 유리아, 아이비, 이상이, 박은석 등이 참석했다.

뮤지컬 ‘레드북’의 주인공 ‘안나’는 보수적인 분위기의 빅토리아 시대 때 영국에 살고 있는 여자다. 안나는 약혼자 앞에서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당하고 도시로 건너온다. 그는 “나는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해”라며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첫사랑과의 야한 추억을 떠올리며 굳세게 살아간다.

그런 그 앞에 어느 날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나타난다. 안나는 브라운의 응원에 힘입어 여성들만의 고품격 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에 들어가 자신의 야한 추억들을 소설로 쓰게 된다. 그러나 빅토리아 시대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대였고, 안나의 소설이 담긴 레드북은 거센 사회적 비난에 부딪힌다.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6 공연예술 창작 산실 우수 신작 선정 작품으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만든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 콤비 손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시범공연을 선보인 이후 1년여 만에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 본공연을 올리게 됐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 뮤지컬 ‘레드북’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안나(아이비 분)’가 ‘브라운(박은석 분)’에게 다가가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 뮤지컬 ‘레드북’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안나(아이비 분)’가 ‘브라운(박은석 분)’에게 다가가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시범공연과 본공연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주연 배역이 원캐스트에서 더블캐스트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안나’ 역에 배우 유리아 ‘브라운’ 역에 배우 박은석 ‘로렐라이’ 역에 지현준이 참여했다. 이번 본 공연에서는 아이비, 이상이, 홍우진이 각각 안나, 브라운, 로렐라이로 새롭게 합류했다.

연출진은 1년 동안 시범공연에서 나타난 아쉬운 점을 재정비했다. 오경택 연출은 “시범공연 때 아쉬웠던 점은 긴 러닝타임이었다”며 “내용을 다이어트해서 밀도 있고 단단하게 만들고자 했다. 무대·조명·의상 등의 부분도 보완하려 했다”고 밝혔다.

오 연출은 새로운 캐스팅에 대해 “새로운 배우들의 합류로 인해 안나·브라운·로렐라이 페어가 8개가 만들어졌다”며 “페어마다 색깔이 다 달라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품 초연부터 함께 한 배우 유리아는 “뉴 캐스트가 들어오고 난 후 작업할 때 혼자 연습할 때 보다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며 “새로 합류한 주연 배역들과 조연·앙상블마다 매력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졌다. 새 캐스트들 덕분에 작품이 풍성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 뮤지컬 ‘레드북’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안나(유리아 분)’와 ‘브라운(박은석 분)’이 별빛 아래 키스를 나누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 뮤지컬 ‘레드북’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안나(유리아 분)’와 ‘브라운(박은석 분)’이 별빛 아래 키스를 나누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작품이 보수적인 시대에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지 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 인권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한정석 작가는 “처음 의도는 발랄하고 유쾌한 로맨스코미디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쓰다 보니 보수적인 시대에 여성 작가가 겪는 사회적인 처우나 현실적인 어려움, 부당함을 빼놓을 수 없었다. 작품을 쓰면서 많이 배웠고, 작품에 그런 내용을 담아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또 “작품을 처음 생각했을 때는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대두되지 않았다. 여성 작가 이야기를 쓰다 보니 부당한 것들이 그제야 눈에 띄었고, 자료를 더 찾아보고 공부했다”며 “이후 사회적으로 여성이 받는 부당함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라. 여성의 인권을 다루고 있으니 간과하거나 놓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책임감 있게 다루려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안나로 새로 합류한 배우 아이비는 “부끄럽게도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여성 인권이나 차별대우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요즘 사회적으로 페미니즘이 이슈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작품이 성차별만 다루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여자든 남자든 편견이나 차별에 대한 것을 이겨내고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다룬다. 관객이 작품을 본 후 용기와 꿈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표현했다.

유쾌한 로맨스코미디에 차별·편견과의 싸움이라는 메시지를 더해 재미와 교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뮤지컬 ‘레드북’은 지난 6일 개막했으며, 오는 3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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