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간이 벤치에 시민들이 먹다 버려놓은 음료잔이 늘어서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 버스 정류장 간이 벤치에 시민들이 먹다 버려놓은 음료잔이 늘어서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버스기사 “손님, 무시하니 어쩔 수 없어”
음료들고 잽싸게 버스타는 모습도 보여
과태료 등 강제성 無, 단순 권고 정도만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테이크아웃컵을 들고 타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면 손님들 표정이 싹 바뀌어요. 아주 불쾌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렇게 말을 해도 손님들이 무시하고 타니까 그냥 태우고 가는 거죠.”

8일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버스기사 지성구(50대, 남)씨는 음료를 들고 버스에 탑승하지 못하는 서울시 조례 개정안의 효력이 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달 4일부터 서울시 조례가 일부 개정되면서 버스 탑승 시 테이크아웃 커피 등 음료를 들고 탑승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서울시의회 유광상 의원은 “최근 테이크아웃 문화가 확산하면서 뜨거운 커피를 담은 일회용 컵이나 컵밥을 들고 시내버스에 승차하는데 음식물을 쏟아 안전을 해치거나 분쟁이 일어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운전자의 판단에 따라 운송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운전자의 지시를 거부했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제성을 띄진 않아 사실상 권고에 그친다.

아현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서모(19)양은 얼음과 오렌지 주스가 담긴 테이크아웃컵을 들고 있었다. 서양은 버스가 오자마자 잽싸게 올라탔다.

하지만 그때 버스기사가 빠르게 “음료 들고 타면 안 되요”라고 외쳤지만 이미 서양은 자리에 앉은 상태였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김모(30대, 남)씨는 한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든 채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었다.

그는 “버스에 탔을 때 기사님 뭐라고 하셨는데 제가 ‘컵을 가방에 넣을 테니 타게 해달라’고 했다”며 “딱히 들고 타도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은데 왜 못 타게 하는지 모르겠다. 좋게 말하니까 트러블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에서는 20~30분에 한번 씩 해당 조례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그 마저도 30초보다 짧게 끝나 버려 시민이 인지하긴 힘들어 보였다.

버스기사 지씨는 “아직 시행 초기라서 홍보가 덜 된 것 같다”며 “더 많은 시민이 알 수 있도록 정류장 내 홍보포스터 부착, 홍보동영상 방영 등을 통해 널리 알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서울시가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시민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음료컵을 들고 버스에 타려다 제지당하는 시민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신촌역, 광화문역 등 많은 인파가 몰리는 버스정류장을 위주로 다녀본 결과 테이크아웃컵을 들고 버스를 타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이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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