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6일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회장이 평창 유치위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 자크로게 IOC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11년 7월 6일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회장이 평창 유치위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 자크로게 IOC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09년 말 사면(赦免)받은 뒤 1년 반 동안 총 10차례, 170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녔다. 2003년 2007년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 2011년 7월 7일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 유치가 확정되자 평소 무뚝뚝하던 이 회장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는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개막식을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타공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일등공신 이건희 회장이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조세 포탈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회장은 차명계좌 260개를 통해 82억원의 조세를 포탈했으며 이 계좌들의 자산 규모는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 특검 당시 이들 계좌가 발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임원들은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자료를 분산 보관하다 깜박하고 제출하지 못했고, 이후에는 엄두가 안 나 국세청 신고가 늦어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회장이 의식불명 상태여서 진술이 어렵다고 의료진이 확인함에 따라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 회장을 시한부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차명계좌 자금의 정체에 대해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건희 회장 입건은 지난 5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사흘만이다. 이 부회장이 풀려난 후 여당은 사법부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며 격한 반감을 표했고, ‘이재용 집행유예 판사 특별감사’ 청와대 국민청원은 사흘 만에 20만명을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이슈들은 간간히 터져 나왔다. 지난해 12월에도 국세청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10년간의 이자소득세를 각 은행에 내라고 공지해 은행가의 반발을 샀다. 은행가는 “차명계좌인줄 몰라서 이자소득세를 안 냈을 뿐인데 왜 10년이 지나서 갑자기 내라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내 경제성장률을 주도하지만 오너가 이슈로 바람 잘 날 없는 삼성. 이번 이건희 회장의 입건이 ‘여당 지지자들’을 의식한 정치 공학적 논리에 따른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아 사법부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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