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금융산업은 서비스 산업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다른 분야보다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아도 우수한 인력만 있으면 충분하기에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비교적 적합한 산업이다. 산업 패러다임이 4차 산업 체계로 이전하는 과도기에서 제조업이나 여타의 산업이 움직이는 것에는 상당한 규모의 기간자원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것에 비교하면 금융산업은 가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금융업은 쉽지 않다.

산업 중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인데 유독 우리나라에는 금융 산업의 기초가 약하다.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 중에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를 찾아내기 어렵다. 국내금융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세계 수준을 따라가기도 버겁다. 은행들은 예대금리 수익으로, 증권사는 위탁매매수수료로 단순한 수익구조로 만족하고 있다. 국내시장의 쳇바퀴만 돌리고 있으니 외국인 투자자들만 바라본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서로 작은 수익을 빼려고 경쟁할 것이 아닌 세계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때문에 투자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움직임들이 원활해줘야 하는데 이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이 문제다. 초대형투자은행들이 모험자본육성의 프로젝트를 내놓지만 금융당국의 심사 중이란 팻말에 진퇴양난이다.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인재들도 준비돼 가동만 하면 되는데 허가가 나지 않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규제를 완화하며 혁신을 모색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새로운 사업의 진행은 이렇게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그 시작도 쉽지 않다.

기존의 잣대로 새로운 사업을 규격에 넣으려 하니 이것저것 안 되는 조항들,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것들이 브레이크 요건이 된다. 새로운 아이템은 기존의 것과 다름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것을 기존에 틀 안에서 설명하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템이 되어 시작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기다리다 아예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 시작하는 기업들도 많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 같은 경우를 보면 주요 고객이 벤처기업이다. 보통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시작하는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모험이기에 기존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실리콘벨리은행은 이들에게 기업운전자금을 지원한다. 벤처캐피털이 기업분석을 하고 위험관리를 하며 진행한다. 대출의 특성상 위험도가 높은데 이를 금리로 보전하지 않고 벤처기업의 지분을 담보로 손실을 보전한다. 벤처기업의 기업분석으로 대출이 진행되고 리스크 헤지는 벤처기업의 워런트(Warrant)를 담보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실적이 안 좋은 벤처기업은 손실이 나지만 실적이 좋은 벤처기업에게는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올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실리콘밸리가 세계적인 기업의 성지로 태어난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로 진출했다. 벤처붐이 일어나는 어디든 달려간다. 그들은 기존 은행들은 모두 꺼려하는 대출을 통해서 10년 만에 보유자산을 7배 이상 키워냈다. 만일 우리의 잣대로 허가와 승인의 규제 속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금리, 규제, 수수료, 쳇바퀴만 도는 틀 안에서는 새로운 것이 자랄 수 없다.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금융기업 우리는 왜 못하는가. 너무 많은 이유가 존재하면 온전한 판단을 그르친다. 기존의 고정잣대에 ICT기술의 융합은 물론 다른 산업과의 융합 등 무수한 변신으로 접목을 시도하는 글로벌금융에 어떠한 잣대로 맞출 수 있을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정부는 기존의 틀만 고수할 것이 아닌 변화에 적합한 진화를 해야 한다. 단편적 현상이 아닌 그 기저를 읽고 프레임을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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