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열린 몰디브 야당 지지 시위서 경찰에 연행되는 시위자. (출처: 뉴시스)
지난 3일 열린 몰디브 야당 지지 시위서 경찰에 연행되는 시위자.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인도양의 아름다운 섬이자 대표적인 인기 신혼여행지로 꼽히는 몰디브가 추한 정정혼란으로 난장판이 될 위기에 몰렸다.

영국 BBC방송, 가디언,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압둘라 야민 대통령은 몰디브에 15일 동안의 국가비상상태를 5일(현지시간) 선언했다.

이날 비상사태는 지난 1일 대법원이 구금된 야당 인사 9명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인 의도로 이뤄졌다며 석방 명령을 했으나 야민 대통령이 이를 이행하길 거부하면서 시위 등 정정 불안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야당 인사 석방과 함께 야민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에서 탈당한 야당 의원 12명의 복직도 명령했다. 이렇게 되면 야민 대통령이 이끄는 몰디브 진보당은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된다.

몰디브 법무부는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따를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여기에 야민 대통령도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자 수도 말레에선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날 밤에는 군병력이 대법원 건물로 난입하고 경찰은 2008년까지 지난 30년간 몰디브를 통치한 마운문 압둘 가윰(80) 전 대통령을 자택에서 체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야민 현 대통령과 이복형제인 가윰 대통령은 현 정권을 비판하고 야민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등 야당의 편에 서왔다.

가윰 대통령은 체포 직전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고 “잘못한 일도 없는데 체포된다. 우리는 개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들이 결심을 변함없이 지키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조치로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몰디브 당국은 사법부의 견제에서 벗어나 범죄 용의자를 체포하고 구금할 권한이 강화된다.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이 지난 3일 보디가드에 둘러싸여 수도 말레에서 열리는 지지자 집회에 도착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이 지난 3일 보디가드에 둘러싸여 수도 말레에서 열리는 지지자 집회에 도착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그러나 야권 단체와 지지자들은 대법원의 명령 이행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몰디브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과 미국은 몰디브 대법원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에 “세계가 보고 있다”며 “몰디브 정부와 군부는 법과 표현의 자유, 민주적 제도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몰디브의 비상사태는 정부가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조치이자 국민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금지하고 이동의 자유를 규제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관광업에 의존하는 몰디브의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앞서 2015년에도 몰디브 정부는 테러 우려로 비상사태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관광 예약이 급감하면서 경제 성장이 곤두박칠쳤다.

이미 미국과 영국, 중국까지 몰디브 전역의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인도도 여행 경고를 발령하고 불필요한 여행은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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