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피해유형 ‘언어폭력’ 가장 커

시민 “처벌수위 약해, 소년법 강화 필요”

‘학폭위’ 전문가 참여 의무화 법안 발의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1. 지난해 9월 늦은 시간 한 공장 변두리에서 부산 모중학교 2학년생인 A양이 피투성이로 발견됐다. A양은 태도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다른 학교 학생인 B양 등 2명에게 2시간가량 뺨을 맞고 발로 배를 차이는 등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을 당했고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A양이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자 가해 여중생들은 자신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폭행 영상을 직접 SNS에 올렸고 삽시간에 확산됐다. 해당 사건은 언론 등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졌고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은 가해 여중생에 대해서 징역형에 처해달라고 구형했지만 법원은 가해 여중생들을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가해 여중생들은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라 ‘보호자 및 위탁보호위원 위탁 처분’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1∼10호에 해당하는 처분을 받게 됐다.

과거 미성년자의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됐던 학교폭력의 처벌 수위가 턱없이 낮다는 여론이 일면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5일 미래 사회 구성원인 청소년의 학교 폭력 실태를 대책과 함께 짚어봤다.

교육부의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만 8000명(전체의 0.8%)의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 학교폭력 피해유형은 언어폭력(35.6%)이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16.4%), 스토킹(11.1%), 신체폭행(11.0%) 순이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학교폭력 사태에 대해 시민들도 우려의 목소리가 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임다혜(39, 여, 주부)씨는 “미성년자의 학교폭력 처벌 수위가 약하니 학교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라며 “학교폭력의 희생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기고 있다. 누군가가 생명을 잃고서야 소년법이 강화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대학생인 정민재(가명, 22, 남)씨는 “한때 나 역시 학교폭력의 피해 당사자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인다”면서 “학교폭력 사건은 법으로 강하게 다스려야 한다. 소년법 강화 의견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교육단체에 소속된 전문가는 근본적인 공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성·인권 연구, 정책제안 등의 활동을 하는 교육단체 소속의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곳에 경쟁을 통한 서열화와 우열을 가리게 만든 구조가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면서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경험을 학교에서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구조가 학교폭력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폭력을 바로잡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근본적인 공교육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학교폭력을 줄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은 곳곳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전체 위원의 1/3 이상을 청소년 보호 관련 지식이 풍부한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5∼10인으로 구성하는 학폭위 가운데 학부모 대표가 절반 이상 참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전문가 참여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학부모 위원은 학교폭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지 않고 가해 학생 학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고 전문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개정안은 판사·검사·변호사·의사·경찰공무원이나 그 밖에 학교폭력 예방·청소년 보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전체 위원의 1/3 이상을 차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정부도 학폭위 전문성 강화에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진행한 2018년 업무보고에서 학폭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현재 전체 위원의 과반수로 정한 학부모 위원 비율 규정을 1/3 이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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