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응원단을 태우고 왔던 북한 만경봉호. (출처: 연합뉴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응원단을 태우고 왔던 북한 만경봉호. (출처: 연합뉴스)

통일부, ‘5.24 조치’ 예외 검토 중

“뒤가 막히니 앞으로 나오는 것”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파견하는 예술단을 방남 경로를 설명 없이 여러 차례 바꾸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우리 측에 남북대화 제안 이후 여러 내용을 합의하면서도 합의된 예술단의 방남 경로의 마구잡이 변경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애초 140여명의 삼지연관현악단으로 구성된 예술단의 방남을 판문점을 통해 보내겠다고 제시했던 것은 북측이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달 23일 갑작스럽게 통지문으로 경의선으로 이동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은 통지문에서도 방남 경로를 판문점에서 경의선 육로로 바꾼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방남을 이틀 앞둔 4일 또다시 경로를 바꾸겠다고 5일에야 국내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이 타고 왔던 만경봉 92호를 이번에도 타고 와 숙식 장소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같이 수차례나 방남 경로를 변경하고 최후에 만경봉호를 선택한 이유로 5.24조치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동시에 유엔보고서 등을 통해 각종 밀거래 선박이 드러나면서 외화벌이 수단이 막혔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남북교역 등을 전면금지하고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을 불허하는 5.24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5.24조치의 예외 조치로 검토하고 있다”며 “유엔 결의 및 미국 제재의 선박 관련 내용에 대해서 저촉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경봉호가 미국이나 유엔의 직접적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국내에 입항하려면 5.24조치의 예외가 인정돼야 하는 만큼 북한이 한미 공조의 분열을 의도했을 수 있다. 한미 간 조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여러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돈 문제가 가장 클 것”이라며 “북한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뒤가 막히니 앞으로 나오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요구사항이 무엇이든 먼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것은 들어주고 안 되는 것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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