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며 미소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5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며 미소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5

뇌물공여 배경으로 朴 지목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박근혜 전(前)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음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최순실은 뇌물수수와 승마지원을 통한 뇌물수수 범행, 박 전 대통령과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공동가공 의사와 공동의사 행위지배를 통해 범죄를 실행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뇌물수수죄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뇌물수수 혐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의 뇌물공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코어스포츠로 송금한 36억원에 대해 뇌물 공여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뇌물 공여의 배경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을 겁박하고 측근인 최씨의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 등은 정유라씨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대통령과 최씨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한 “형사법 체계에서 부패 책임은 공여자보다 수수자인 공무원에게 무겁게 적용된다”며 “이번 사건과 같이 요구형 뇌물 사건의 경우 권력을 배경으로 한 강요가 동반되면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실제 뇌물수수죄의 금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특가법이 적용되면서 형량이 가중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1심보단 뇌물 액수는 줄었다. 36억원 정도만 뇌물로 인정됐다”며 “1억이 넘으니깐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고 죄질도 나쁘다. 뇌물 액수가 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돈을 요구하고 겁박한 게 인정된다면 1심보단 더 불리해졌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순실씨 측은 “박 전 대통령과 뇌물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항소심 판단에 대해선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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