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의 의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도의회 의원들의 행태가 날이 갈수록 국회의원을 닮아간다. 여야끼리 편을 짜서 상대당의 정책 결정을 비난하는가 하면, 현역 시·도의원들이나 소속정당에 이익이 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의기투합해 민심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또 시한이 정해져 있는 법정 내용까지 정당의 눈치를 보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일까지 영락없이 중앙정치를 닮아가고 있으니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인 지방자치는 겉돌고 있는 것이다.

오는 6월 13일 치러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군·구선거구가 아직도 획정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상 시·도의회의 권한으로 돼 있는 시·군·구선거구 획정은 선거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2일까지 획정돼야 하지만 법정 기한을 넘기고도 지지부진한 이유는 한마디로 기득권을 놓기 싫어서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공청회 등을 거쳐 4인선거구 대폭 확대를 원칙으로 한 획정(안)을 마련해 당해 시·도의회로 넘겼지만 시·도의회에서는 4인선거구 확대보다는 현행제도인 2인선거구를 고수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전국 선거구 1034개 중 2인 선거구 59.3%에 비해 4인 선거구는 2.8%에 불과하다. 지방자치에서 주민의 관심을 넓히고 주민의견을 더 수렴해 다양한 민심을 지방의회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에서부터 다당제가 필요함은 지난 19대 대선이나 20대 총선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한 민심을 수렴하는 것이 시·도의원들이 가져야 할 자세건만 민심에 반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서울, 부산, 대구, 경기 등 전국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2~4인에서 3~5인 확대를 원하는 가운데, 서울시의회가 서울시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 정당소속 의원 108명 중 더불어민주당(71명), 자유한국당(26명) 등 양대 정당 소속 의원수가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고, 이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4인선거구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횟수가 거듭할수록 지방선거 참여율이 하락하고,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관심도가 떨어지는 현실에서 양당이 제 밥 그릇 찾기에 매달릴 게 아니라 민심에 따라야 할 것이다. 6.13지방선거에서는 새로운 지방자치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도 기초의원 4인선거구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