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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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한쪽에서는 모던한 디자인을 원하고 다른 한쪽은 클래식하게 만들어졌으면 한다. 

언어는 사람을 구속시키는 역할도 한다. 모던하다는 이미지는 단순하고 깔끔한 그 무엇을 추구하게 만들고 클래식하다는 느낌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그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디자인할 때 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지만 그 쓰임새의 요령은 조금 다르다. 

성격이 다른 단어를 키워드로 이야기한 커플은 서로의 삶이 약간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서로 묻어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옥신각신 자신들의 스타일을 서로에게 이해시키겠다고 앞에 앉은 사람 눈치를 보면서 주거니 받거니 한다. 두 사람은 단순하고 각이진 것인지 시간이 오래 지나도 처음 느낌 그대로의 집인지를 고민했을 뿐인데 말이다. 입으로는 모던한 것과 클래식한 것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내용인지 아닌지를 생각했고 두 사람이 공감할 만한 단어를 찾았고, 거듭 서로를 연결시킬 단어를 곰곰이 생각했고, 조심스럽게 세상에 새롭게 뿌리내릴 신조어를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언어적 창의성은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하고 가볍게 스케치 한 장으로 마무리된다.

스케치는 클래식하지만 모던하면 되는 게 아닌가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려졌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집이면서 어떤 센 느낌 있잖아요? 그것만 충족시키면 잘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몇 번을 반복 확인한다.  

그 순간 완전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 오던 신조가 발끈하면서 사고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잽싸게 했다. 그리고 스케치가 그 자리를 대신했던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합쳐서 만들어야 하는 건축설계 과정은 고된 노동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매번 이것저것 아이템들을 저울질해야 하고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과정은 서로 상의한 의견들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 되고 만다. 지쳐서 누군가가 포기하거나 신통방통한 아이디어가 나와서 해결되지 않는 한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래서 건축에는 지배적인 권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게 다양한 경험을 가진 동네 건축 쟁이든 훌륭한 건축가이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결국에는 “바로 이것입니다” 말하고 나를 다 따르라고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역사적인 건축 하면 생각나는 것의 대부분은 절대 권력이나 건축가의 카리스마에서 만들어진 것들일 것이다.

피라미드, 만리장성은 권력의 영향력이 녹아있는 건축물이 틀림없다.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커다란 돔 건축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 후안 카를로스 에스파냐 국왕이 ‘20세기 인류가 만든 최고 건물’이라고 극찬했던 구게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초인적인 카리스마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건물들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 수렴도 당연하지만 적절한 카리스마의 작동이 없다면 건축가의 창의적인 생각은 바람에 금세라도 꺼져버리는 촛불과 같은 신세가 되고 만다. 

금세 꺼져버리는 촛불이냐 대대로 기억 속에 각인되는 건축물이 되느냐 그것이 건축의 맛이 된다. 나타내고 지키고 탄생시키는 것만이 창의적인 건축을 현실에서 멋지게 만날 수 있게 하는 힘은 아닌지 모던과 클래식을 통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의자 하나도 현실은 마음편한 요소가 아니었음을 다시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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