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여성단체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여성단체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

성범죄 폭로 ‘미투’ 캠페인 확산

“피해 없는 여성 있을까”… 토로글 하루 수백개

“피해자 중심 언론보도, 2차 피해 발생시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어렸을 때 사촌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해왔습니다. 그러나 서 검사의 용기는 피해를 입고도 말하지 못했던 저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 나오게 했습니다.”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한 여성의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다.

최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조직 내에서 벌어진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한국 사회 전반으로 성폭력·성추행을 고발하는 ‘미투 캠페인’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이에 대한 기대를 내보였다.

황태희 (39, 여, 부산시)씨는 “성범죄는 사회전반으로 이미 만연해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가 숨어 있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민환(가명, 40대, 남)씨는 “(미투 캠페인의 확산이)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행이나 성희롱은 대개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일어나기 때문에 더 은폐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생인 박예진(가명, 22, 여, 경기도 덕영구)씨는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낮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남녀가 평등한 사회 분위기가 이뤄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미투 캠페인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투’ 캠페인이 확산하면서 검찰뿐 아니라 의원, 승무원 등 각계 여성들은 자신의 피해 사례를 말하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사회 분위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3일 인스타그램 #미투 해시태그로 검색한 게시물. 약 3800개 이상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3
3일 인스타그램 #미투 해시태그로 검색한 게시물. 약 3800개 이상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3

최근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도 지난 1일 ‘미투’ 게시판을 신설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게시판에는 직장 내 성추행·성폭력 등을 토로하는 글이 100개가 넘게 올라왔다.

게시판의 한 익명 제보자는 “아르바이트 가게 사장이 창고로 따라 들어와 어깨를 만지고 일할 땐 뒤에서 만지는 등 온갖 추행을 다했다”며 “일주일만에 알바비도 받지않고 관뒀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제보자는 ‘솔직히 성폭력에서 자유로웠던 여자가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도의 차이지 성범죄를 당하지 않은 여자는 없는 것 같다”며 “지금 용기 내고 나도 당했다며 고백하고 성토하는 자리인데 매력적이라 당했다느니 2차 가해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성범죄 사실을 털어놨다가 오히려 2, 3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 2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7%가 성범죄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가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파면이나 해임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4%에 달했다.

이 같은 2차 피해의 원인 중 하나로 언론의 ‘여성 피해자 중심 보도’도 지적되고 있다.

손정아 티움 여성인권지원상담소 소장은 “대다수의 언론은 사건 발생 시 가해자 보다는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또 다른 모욕감을 주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안·방지 중심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언론이 먼저 사회적 좌정 역할을 하고 여론의 인식을 변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소장은 검찰의 성범죄 내부 조사단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조사가 이뤄졌을 때 부딪히는 한계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보다 더 객관적이고 엄중한 조사와 함께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가능한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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