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정식주교 2명에게 퇴임과 교구 넘길 것 지시해 논란
홍콩 고위성직자 쩐 추기경, 페이스북에 교황청 비판
그렉 대변인 “中과의 대화 교황에 자세히 보고” 유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교황청(바티칸)이 가톨릭교회를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 홍콩 대주교 출신의 고위성직자 조지프 쩐(陳日君) 추기경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황청을 비판하며 올린 글이다. 교황청은 발칵 뒤집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긴밀히 대화를 진행해 왔던 교황청은 쩐 추기경의 발언에 발끈하고 나섰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30일 성명을 내고 “교황은 특히 중국 문제에 관해 비서관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또 중국의 가톨릭교회 상황과 진행 중인 대화 단계에 충실하고 자세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교회 내부 인사들이 사실과 반대되는 발언을 함으로써 혼란과 논쟁을 조장하는 것은 놀랍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황청은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수교)의 최대 걸림돌이던 주교 서품(임명) 문제를 두고 절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 여러 나라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중국의 가톨릭교회는 관영 ‘천주교애국회’와 교황청을 따르는 ‘지하교회’로 나눠져 있다. 교황에게 충성하는 30~40명의 지하교회 주교와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58명의 주교가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무려 1000만~1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절반이 지하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다.

1949년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중국은 1951년 교황청이 대만 정부를 인정하면서부터 양국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중국은 외교 단절을 선언했으며, 천주교애국회를 만들어 주교 임명을 자체적으로 하면서 교황청과 마찰을 빚었다. 교황청은 교황만이 주교를 임명할 수 있다고 보지만,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고 독자적으로 임명하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고수해 왔다.

교황은 즉위 후 수차례 중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며, 양국 관계 정상화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천주교애국회 소속 주교가 처음으로 교황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교황이 교황청과 중국의 화해에 적극적인 이유는 교세 확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톨릭은 13억 중국에서 공식 인정을 받은 후 전 세계 인구 60%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으로 교세 확장에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교황청과 중국 국가종교사무국은 주교 서품 절충안으로 ‘베트남 모델’ 등을 논의하고 이를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모델은 정부가 교황청에 제출하는 주교 후보자 명부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하고 교황청은 결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교황은 최종적으로 주교를 임명하게 된다.

고위성직자인 쩐 추기경은 주교를 임명하는 과정에 공식 절차를 무시한 채 교황청이 교황에게 서품을 받은 주교를 강제로 퇴임시키려 하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교황청은 중국 주교 2명에게 퇴임과 함께 관영 천주교애국회 주교들에게 교구를 내줄 것을 요구한 것이 드러났다.

교황청의 해외선교 매체인 아시아뉴스와 홍콩 명보 등은 교황청이 최근 중국에 대표단을 파견해 주교들과 면담을 갖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쩐 추기경은 “적법하게 임명된 주교들이 파문당한 주교들에게 자리를 내주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아시아뉴스의 기사가 사실이라고 밝혔다.

쩐 추기경은 “지난달 12일 교황을 30분간 만났지만, 교황은 헝가리의 민젠티 추기경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공산주의에 저항하던 요제프 민젠티 추기경은 1974년 헝가리 정부에 유화 정책을 취한 교황의 명령에 따라 모국을 떠나야 했던 인물이다.

한편 중국 국가종교사무국은 이달 1일부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종교 활동을 금지하는 개정 종교사무조례를 시행했다. 중국은 올해 온라인 종교 정보도 공산당 승인을 거쳐야 하는 새로운 법안을 제정할 예정이다.

왕쭤안(王作安) 국가종교국장은 지난달 8일 전국 종교국장회의에서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종교 사무관리의 제도체계를 한층 완비하겠다고 밝혔다. 왕 국장은 개정된 종교사무조례와 관련 ▲인터넷 종교정보서비스 관리 ▲임시 종교활동 장소 심의·관리 ▲교육기관 설립방안 ▲교육기관의 외국인 채용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을 새롭게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종교에 대한 ‘관리’와 ‘통제’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해외 인권기관들은 이 조례로 인해 중국 내 기독교 지하교회 등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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