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위은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민간전문가가 조사단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위은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민간전문가가 조사단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

위은진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조직문화 바꿀 개선책 마련하자

미투운동 사회 전반 확산할 것”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제대로 조사도 하고 검찰 내 성평등 문화에 대한 방안도 마련했으면 합니다.”

위은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검사만이 아닌 시민사회단체 등의 조언을 듣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해야 추가저적인 2·3차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 위원장은 1일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조사단에 대해 “젠더 관념이 있는 외부전문가가 조사단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해자의 법적 처벌 가능성에 대해 “처벌의 가능성을 놓고 조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다면 조사를 통해 거기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위원장은 이어 “사회 정의를 실현해줄 것이라고 믿는 검찰 내에서조차 이번 사건이 발생해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두는 것 같다”며 미투운동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위은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에 대해 검찰이 폐쇄적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것은 검찰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성평등 인식이 없는 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또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금방 드러나지 않고 시정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오히려 피해자가 또다시 피해를 당하는 반면 가해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안 받기 때문이다. 주변에 같이 있는 사람들이 피해자에 대해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 때문에 조직문화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려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사건에선 성희롱이란 것을 아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성희롱이) 발생했음에도 검찰 내에서 드러나지 않았고 가해자는 징계를 받지 않고 승승장구했다. 그것은 검찰 조직이 남성 위주이고 성차별적이며 성평등 의식이 없는 구조적인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8년 동안 당사자가 크게 아웃팅을 하지 못했던 것은 검찰 조직의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이번 파장이 오래 갈 것으로 보나.

이 사건과 관련한 주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법무부에서 처음엔 인사상 불이익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식으로 발뺌했다. 그런데 사회적 파장이 커지니깐 다시 (조사를) 하겠다고 했고 대검찰청도 부랴부랴 조사단을 꾸렸다. 검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조사가 제대로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가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상황이라서 시민사회단체와 일반 사람의 말을 듣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 조치를 제대로 못했을 경우 2·3차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만 잘한다’는 독단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본다.

-법무부의 첫 입장에 대한 비난도 나온다. 여론이 들끓지 않았다면 법무부가 태도를 바꿨을까.

정부부처와 기관들은 어떤 문제가 있다고 호소하면 ‘우리는 그런 일이 없다’며 조사도 안 해보고 피해자의 이야기도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단언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은 앞으로 시정됐으면 한다. 법무부도 피해자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그것에 대해 귀를 기울여 들어보고 그런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조사한 다음 발표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여론이 일어나니깐 말을 바꾼다는 것은 기관의 신뢰도를 확 낮추게 된다.

-검찰이 대규모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나.

사실 피해자가 피해를 당할 때 여러 검사와 법무부 장관까지 있었다고 한다. 안 본 척 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못 봤을지라도 그런 말을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전날 인터뷰를 보니깐 본인(서 검사)이 직속상관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임은정 검사가 말한 것을 보면 이미 법무부나 검찰이 알고 있었음에도 8년 동안 묵혀 왔던 것이다. 그러면 검찰 내 조직에 속한 여성 검사라고 할지라도 내부적으로 조사했을 때 제대로 조사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여성 검사라고 해서 다 젠더 관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젠더 관념이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런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전문가가 조사에 관여할 수 있어야 제대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거기다 검찰 내에서 성평등 문화를 제대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줄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우리가 잘할 수 있다’고 밀고 나간다면, 이 조사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까.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보나.

검찰이 막강한 권한이 있다는 점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검찰 조직에 있는 분들은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 검찰 내 범죄와 연결된 사건조차도 수사를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이 부분(성희롱)도 범죄행위다. 궁극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해 검찰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별도의 독립된 기구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수처를 설치하기까진 아직 요원하기 때문에 검찰 내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젠더 관념이 있는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가해자가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나.

우선 범죄가 발생했을 때 처벌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말을 한 이유가 있다는 점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잠자코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잘못이 아니기 때문 적극 말한 것이고 향후 검찰 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해서 말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벌의 가능성에 중점을 두지 않아야 한다. 이번에는 검찰 내에서 아웃팅한 첫 번째 사례다. 검찰은 굉장히 폐쇄적이라서 이런 문제가 있었음에도 누구도 나서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다른 곳은 조금씩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통해 개선돼 가는데, 검찰은 개선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결국 처벌의 가능성을 놓고 조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조사를 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 전반의 ‘미투운동(성추행 고발 캠페인)’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나.

자신은 사회적으로 매장되기도 했지만, 용기 있게 말해주는 사람이 계속 있어왔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그런 용기 있는 말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거나, 시간이 지난 후 잊어버렸다. 사람들은 검찰이 우리 사회의 정의를 실현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런 조직에서조차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일이 묻혔으며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아웃팅했던 용기 있는 여성이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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