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진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단장이 1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조사 과정에서 외부 민간인들과 협력하고 조사단 위에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사과정을 보고하고 조언도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단장의 의지는 자칫 ‘셀프 조사’에 대한 비판과 한계를 이번만큼은 뛰어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실 검찰 내의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성폭행까지 있었다는 내부의 증언은 충격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성범죄를 수사하고 응징해야 할 검찰 내부에도 크고 작은 성범죄가 적지 않다는 것은 결국 우리 검찰의 수준과 검찰에 대한 불신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사건이 터졌을 때 이른바 ‘셀프 조사’로 진실을 덮는 방식이라면 법치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검찰은 지금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자정 기능까지 할 수 있는지 그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서지현 검사가 오래 전 안태근 전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는 정말 충격적이다. 무려 8년의 세월 동안 입술을 깨물며 고통의 시간을 가졌다는 고백은 차라리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부 가운데 하나인 검찰이 지금껏 이런 상황에 있었다는 것인가. 검찰마저 조직 내 한 여성 검사의 피눈물을 이렇게 외면했다는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가해자가 지난 정부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의 관계 등으로 승승장구 했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이제 검찰 조사단이 자세한 내막을 조사하겠다고 하니 그 결과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이 대목에서 하나 더 강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이번만큼은 ‘꼬리 자르기’ 식으로 흐지부지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셀프 조사’의 한계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기회를 통해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고 공직에 충실한 다른 정의로운 검사들의 헌신까지 폄훼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만큼은 아플수록, 피가 나도록 고통스러울수록 바람직하다. 그것이 검찰이 사는 길이요, 대다수 검사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기 때문이다.

마침 여성·인권단체에서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의 ‘셀프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외부전문가 참여도 큰 의미가 없다며 이참에 ‘특검’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셀프 조사에 대한 불신이 이런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젠 조희진 단장팀이 단호한 의지와 구체적 성과로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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