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노련한 정치가는 전혀 공격을 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고 몰래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전제정치에서 지고무상의 권력을 장악한 군주는 최고지배자로서 전체사회에 대한 생사여탈권과 부귀빈천을 결정하는 대권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군주의 권력을 실현하고 획득하기 위해서는 신하들의 집행과 충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방대한 통치 집단의 지지와 군주의 정치적 명령을 집행하는 관료조직이 없이는 군주의 권위와 지위가 확립되지 않으며 군주의 권력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통치 집단에 속한 각종 정치세력이 어떻게 군주에게 무조건 복종을 하며, 신하들은 죽어도 군주를 원망하지 않으며 충성을 바치는가? 정치, 군사, 제도, 도덕 등의 여러 방면에서 군주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이들은 군주의 통치가 성공하도록 작용하는 대가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한다. 전통적인 ‘인치(人治)’ 사회에서는 이러한 지배와 복종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군주의 의지는 곧 최고의 법률이다. 그러므로 군주의 능력은 정국의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예를 들어서 군주가 통치 집단 내부의 세력균형을 잘 유지할 수가 있으면, 통치 집단은 단결을 통해 효도와 충성심으로 연결된 거대한 통치조직을 형성한다. 군주는 이러한 신하들의 보좌를 받아서 비교적 안정적인 정국을 만들 수가 있다. 그러나 만약 군주가 각종 정치세력의 균형을 이룩하지 못해 권력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정국은 반드시 혼란에 빠진다.

군주의 전제 하에서 군주의 권력은 신하들의 지지를 통해서 실현이 되고, 신하들은 군주의 명령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신뢰관계가 통치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신하의 권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군주의 권력을 위협하고 군주의 권력이 지나치면 신하들의 생사가 군권에 의해 함부로 결정되기 때문에 양자는 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양자의 이해관계가 적당한 선에서 일치되면 쌍방이 모두 국가의 발전과 유지를 위해 노력을 하지만, 대립을 하게 되면 쌍방이 모두 물과 불이 만난 것처럼 충돌을 하게 된다. 재난은 이러한 대립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이러한 대립이 조정이 되지 못하면 오늘의 충신이 내일은 간신으로 변하고, 오늘의 명군이 내일은 폭군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신하의 입장에서 군주는 호랑이와 같은 상대이고, 군주의 입장에서 신하는 마치 살얼음과 같다. 그러므로 신하들은 매일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하며 보다 안정적인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君不見)? 
군주를 보좌하며 진언을 올리다가(左納言),
아침에 성은을 입고 저녁에 죽게 되는 것을(朝承恩暮賜死)!
관직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네(行路難)!
산도 없고 물도 없지만(不在山不在水),
인정은 오로지 그 사이로 끊임없이 오고간다네(只在人情反復間)!”

이처럼 복잡한 정치상황과 인간관계 가운데에는 곳곳에 위기가 잠복하고 있다. 전제정치나 현대 민주정치나 권력의 속성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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