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우리 말 쓰는 것은 우리의 참 모습을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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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선아 기자]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이대로 상임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9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이대로 상임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9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이대로 상임대표

“한자 병기는 일본의 방식

쉬운 우리 말 쓰는 게 경제적”


50여년 국어독립운동 산증인

1970년대 대학생모임 조직 

한글전용 정책 펴는 데 도움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지난 10일 교육부는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병기를 요구하던 측은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 정책을 설명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없앤 밀실 행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에 앞장서 온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이대로 상임대표는 “그 말(백년대계)이 맞다. 그래서 폐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란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가 추진하던 정책으로 2014년부터 정책 연구와 의견 수렴을 거쳐 기준을 마련했다. 최종 정리된 ‘초등교과서 한자표기 기준(2016. 12. 30)’은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의 왼쪽이나 아래쪽 여백을 활용에 한자 300자의 음과 뜻을 함께 적는 것이다. 이 정책이 지난 10일 폐기된 것. 이대로 대표가 상임대표로 있는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3년 4개월 동안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을 비판하고 규탄해왔다. 본지는 지난 19일 이대로 상임대표를 만나 정부의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 폐기에 대한 심정과 왜 그렇게 폐기를 외쳤는지 속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상임대표는 이번 정책 폐기에 대해 “당연한 일”이라고 미소를 띠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한자 병기는 일본의 방식이며 식민지의 잔재다. 병기를 외치는 것은 일제강점기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며 “우리는 일제가 못쓰게 만든 우리의 국어 정책을 바로 세우고 있다. 백 년 앞을 바라보고 해나가는 백년지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임대표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25를 겪은 후 한글 전용 교과서를 사용했다. 그러다 1964년 박정희 정권 당시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해 사용하고, 우리말 단어들도 한자로 바꿔 부르게 했다.

“기자님, ‘붉은 핏돌’ ‘흰 핏돌’이 뭔지 아나요? ‘적혈구’와 ‘백혈구’입니다. ‘본래 ‘가지치기’라고 배우던 것을 ‘전지(剪枝)’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전지라고 하면 손전등에 넣는 ‘건전지’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꺾꽂이’를 ‘삽목(揷木)’이라고 바꾸고 ‘셈본’을 ‘수학(數學)’, 더하기는 ‘가산(加算)’, 빼기는 ‘감산(減算)’으로 바꿔 부르니 얼마나 어렵겠어요.”

흔히 한자를 알면 단어의 뜻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독해력이 향상돼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상임대표는 굳이 해석이 필요한 한자로 된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 토박이말을 사용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한자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해석할 필요가 없으니 이 상임대표의 주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는 “우리말을 쓰면 더 경제적이고 쉽게 글을 쓸 수 있다”며 “말과 글은 사람의 뜻과 생각·지식을 주고받는 수단이다. 도구는 다루기 쉬워야 한다. 한자와 영어는 우리에게 불편한 도구다. 우리말과 한글은 우리에게 편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이대로 상임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9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이대로 상임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9

덧붙여 이 상임대표는 우리 말글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한자 사용 문제는 몇천 년 된 병폐입니다. 중국에 대한 뼛속 깊은 사대주의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것이죠. 말에는 민족의 얼 즉, 혼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어를 그대로 한글로 옮겨서 말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말로 바꿔서 말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독하죠. 미국에도 지지 않습니다. 그 체제는 나쁘지만, 한글을 쓰는 것은 잘하는 것입니다.”

이 상임대표는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 폐기에 이어 세종대왕 나신 곳 성역화,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흥사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1개 단체로 이뤄진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권재일 한글학회장 등 10명)’가 출범했다. 이 상임대표도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운동본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고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돋우기 위해 헌법을 쉽고 우리말답게 고치자”며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은 국민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국가의 민족문화 창달 의무 등 헌법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출범 의의를 밝혔다. 이를 위해 한자어와 일본어 말투로 작성된 헌법을 알기 쉬운 한글 전용 헌법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상임대표는 50여년 우리 말 살리기에 앞장서온 ‘국어독립운동’의 산증인이다. 이 상임대표는 고등학교 때까지 한글로만 이뤄진 교과서를 사용했다. 그러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한자 혼용 교과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며 1970년대 국어운동대학생회를 조직해 한글전용 정책을 펴는 데 목소리를 더했다. 안과 의사이자 최초로 한글 타자기를 만든 공병우 박사의 마지막 제자인 이 상임대표는 광화문 등 주요 문화재에 한글 현판 달기,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등에 힘써, 2004년에 문화부장관 표창을, 2006년에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자 사용이 익숙해 한자를 쓰자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7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독립도 통일도 못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있고, 우리의 참모습을 찾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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