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수도의 라 몬네다 대통령궁에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사제들의 아동 성추문 문제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2018.1.16
칠레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수도의 라 몬네다 대통령궁에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사제들의 아동 성추문 문제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2018.1.16

성추문 조사 전문가 특사로 파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교황이 아동 성추행을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주교의 조사를 위해 칠레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했다.

교황청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사제에 의한 성추문 조사 전문가인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가 칠레 산티아고를 향해 출발한다”고 밝혔다.

몰타 출신의 성직자로 교황청 쿠리아 신앙교리성의 고위 관리를 맡고 있는 시클루나 대주교는 칠레에서 성직자의 아동 성추문을 덮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후안 바로스 주교에 대한 피해자들의 진술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은 이번 특사 파견에 대해 “바로스 주교의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가 교황청에 도착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칠레 가톨릭계는 잇따른 성추행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미국 비정부기구(NGO) ‘주교의 의무(Bishop Accountability)’에 따르면 2000년 이래 80명에 달하는 칠레 가톨릭 성직자들이 미성년자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교황은 미성년자 성추문 은폐의혹을 받은 후안 바로스 주교를 2015년 칠레 오소르노 교구 주교에 임명해 칠레 국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또 교황은 지난 18일 칠레 순방 기간 성추행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바로스 주교에 불리한 단 하나의 증거도 없다. 모든 것은 중상모략이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바로스 주교는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2011년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제자로,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을 묵인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로스 주교는 자신의 스승이자 멘토였던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다.

성추행 피해자들은 바로스 주교가 성추행 장면을 목격해놓고도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 중 한 명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는 “바로스 주교는 카라디마의 성추행을 은폐한 뒤 건망증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거짓말쟁이자 비행 성직자”라고 비판하며 해임을 요구했었다.

한편 칠레 국민들은 앞서 교황의 사제 성추행 사과에도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교황의 칠레 방문을 전후로 산티아고와 원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남부 지역에서 최소 성당 9곳에서 화염병 등의 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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