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가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익변호사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6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가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익변호사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6

법률 사각지대 놓인 이에게 관심

“국제인권 허브 역할” 포부 밝혀

“소수자·사회적약자도 모두 품자”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우리 사회의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향한 인식이 개선돼야 합니다. 법과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차별적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죠.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45, 사법연수원 33기)는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15년째 공익변호를 전담해온 염 변호사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뒀다. 그런 염 변호사에게는 ‘공익전담 변호사 1호’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공익변호사를 선택한 계기에 대해 염 변호사는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의 요구에 맞게 살고 싶었다”며 “공익변호사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염 변호사는 특히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게 집중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변호사를 통해 법률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소수자입니다. 그래서 ‘공감’은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취약노동, 빈곤, 복지, 국제인권, 표현의 자유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 ‘공감’이 첫 공익단체이기도 하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도 해야 하니깐 소수자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

염 변호사는 공익활동 초반에는 장애인시설 문제에 집중해 왔다. 시설 내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인 방안을 강구했다. 그는 “시설 내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다가 시설 자체가 배제와 격리의 공간이라는 점을 고발해 왔고, 그것이 사회 이슈가 된 것이 도가니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도가니 사건을 계기로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투명성 강화 등의 제도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염 변호사는 최근에는 정신장애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신장애인 강제입원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고, 이후에도 정신병원 외 지역사회 공간에서 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결국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이 바뀐다고 해서 지역사회 기반이 마련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시설이나 지원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염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자가 다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고 다 격리시켜야 하는 것도 아니다”며 “우리 사회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서 정신병원에 쉽게 보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염 변호사는 공익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지만, 법률적 수요를 다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변호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법조인의 인권감수성을 키우는 교육활동 등을 이어왔다. 염 변호사는 특히 공익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센터장도 맡아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공익활동을 중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프로보노는 라틴어로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라는 뜻이다.

염 변호사는 향후 국제인권센터를 만드는 한편 국제인권 전문가도 초빙하는 등 국제인권의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는 주요 인권협약에 가입돼 있는데, 현실에선 정작 법원 판결이나 집행과정의 근거로 잘 적용하지 않고 있어요. 국제인권을 구속력 있는 근거로 적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죠.”

염 변호사는 우리나라 인권의 현주소에 대해 이미 인권선진국이라고 봤다.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정권이 평화적으로 이양되는 점 등을 들어 군사독재를 경험한 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인식의 변화를 재차 강조하며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품을 수 있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식할 때 진정한 인권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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