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출처: JTBC ‘뉴스룸’)
서지현 검사 (출처: JTBC ‘뉴스룸’)

검찰총장 “조사결과 상응하는 조치”

여성단체 등 성명 통해 공분

靑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올라와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현직 여검사가 법무부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파장이 한층 확산하고 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청 내부전산망인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2010년 법무부 간부였던 선배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는 29일 JTBC ‘뉴스룸’에도 출연해 “주변에서 피해자가 직접 이야기를 해야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용기를 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10월경 한 장례식장에 참석했는데 안모 검찰 간부가 동석했다.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떠올리기 굉장히 힘든 기억”이라며 “옆 자리에서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 시간 했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특히 내부전산망에 올린 글을 통해 검찰 내부에 성추행이 만연하다고 폭로했다.

그는 “회식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밤이면 여자에게 ‘너는 안 외롭냐? 나는 외롭다. 나 요즘 자꾸 네가 이뻐 보여 큰일이다’라던 E선배(유부남이었다), ‘누나 저 너무 외로워요, 저 한번 안아줘야 차에서 내릴 거예요’라고 행패를 부리던 F후배(유부남이었다), ‘우리 후배 한 번 안아보자’며 와락 껴안아대던 G선배(유부남이었다)”라고 밝혔다.

서 검사의 폭로로 파장이 커지자, 법무부와 검찰은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제기한 인사 불이익 문제와 관련해서도 2015년 8월 당시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철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법무·검찰의 직장 내 성희롱 등 또 다른 성범죄가 없는지 확인해 엄정하게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선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겠다.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직장 내에서 양성이 평등하게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겠다”며 “피해 여검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직장 내에서 평안하게 근무하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 ⓒ천지일보(뉴스천지)
검찰. ⓒ천지일보(뉴스천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목소리 고조

시민단체 등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법무부 장관 수행 비서가 장관 등 다수의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것도 망인을 추모하는 장례식장에서 후배 여검사를 추행했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법 질서를 수호하고 범죄를 단죄해야 할 검찰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국민들의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검찰의 엄정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의 여성단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Me Too’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을 공유했다. 여기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응징을 주장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가해자 처벌은 가능?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당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처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안 전 국장에 대한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지열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전에 서지현 검사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드렸다. 사건 당시는 성범죄가 친고죄였기 때문에 이제는 강제수사를 할 수도, 처벌을 할 수도 없다”며 “오류 사과드린다. 그런데 정정해 드리다보니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0년 10월 당시 성추행죄는 친고죄로 규정돼 피해자가 6개월 내에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다. 2013년 1월 성추행 사건에 대한 친고죄 규정은 폐지됐지만, 행위 시 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 사건에는 소급적용될 수 없다.

반면 부당한 인사가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지금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임은정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는 29일 “검찰의 자정능력이 부족하여, 견디다 못한 한 검사님이 어렵게 용기를 냈다”며 “조직 내 성폭력 문제, 감찰제도와 인사제도의 문제가 다 담겨 있는 사례다. 모 검사님이 그간 흘린 눈물이, 어렵게 낸 용기가 검찰을 바로 세우는데 큰 자양분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우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처벌할 수 있는 부분은 처벌해야 한다”며 “최근 여검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사에 의한 (성추행이)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