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화염, 요즘 온통 우리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고 심지어 죽게 하는 것들이다. 지구촌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라 안에서도 자고나면 재난과 사고로 아비규환의 나라가 돼 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사건과 그 상징이 된 노란 리본으로 정권을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한 나라, 정의로운 나라, 차별이 없는 나라를 그토록 강조하며 정권을 잡은 정부, 나만 정의고 모두가 적폐라며 외쳐온 정부는 출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그 정체와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애꿎은 민초들은 과거 정권에 속았고 혹시나 했으나 역시 또 속았다. 감언이설이라 했던가. 사회주의에서나 있을 법한 온갖 선전과 선동과 포퓰리즘에 속아 왔으니 어쩌면 더 괘씸하다.

진정한 애국민들은 소통과 협치를 원해왔다. 하지만 과거 정권들보다 더 오만과 불통의 정치를 펴며, 오직 지지자들과만의 소통을 천연덕스럽게 이어오며, 국민들을 이간하며 소외시켜왔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행정력·실천력·정치력·통치력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이상과 현실의 갭에서 방황하는 정부로 전락했다.

이상주의, 학자와 교수들의 탁상공론에 의해 이론만 무성하며 어느 것 하나 제도적으로 개선되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출범과 동시 원전 정책의 실패가 단적인 예다. 매일 기록을 갱신하는 한파에 전력수요가 늘어나자 정부는 전력 수요 감축을 3일 연속 국민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원전 절반을 멈춰 놨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기름 발전기까지 가동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으며, 결국 그 희생은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일방적 결정으로 선수들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앗아간 일도 분명 짚어야 한다. ‘어차피 메달권 밖이었기 때문’이라는 위정자들의 인식과 발언은 선수와 국민을 우롱하고 모욕하는 발언이며, 오직 치적 쌓기에 혈안이 된 채, 선수들에게 또 희생을 요구했다.

종로 ‘쪽방촌 사람들’, 종로여관 참사현장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비극의 현장이었다. 안전과 재난의 사각지대, 박원순 시장과 김부겸 장관은 왜 현장에도 안 와 보는가. 봉사단체들에 의해 간신히 연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왜 1층인데도 참변을 당해야 했는가. 화재나 재난에 속수무책의 현장에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위정자 그 누구도, 아니 재난이 닥쳐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가슴이 메어지는 애타는 사연들은 현송월 환영분위기로 그냥 묻히고 말았다. 어쩌면 그것이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나아가 내놓는 지시마다 정책마다 불합리했다는 증거는 우선 해당 부처와의 엇박자들이다. 이는 인사정책의 난맥상에서 비롯되는 피할 수 없는 결과며, 무의미한 웃음과 립 서비스와 지나친 개방적 분위기는 기강해이를 가져와 지도자의 영이 서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해 나라는 문란해지고 지도력은 상실돼 가고 있다.

진영에 편승되지 않는 의식 있는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충언은 인적청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제도적 개선이 시급함을 역설해 왔다. 어느 국민인들 부정과 부패에 찌들어 버린 과거 정권의 실체를 모른단 말인가. 하지만 오직 피의 숙청에 여념이 없었고, 숙청을 가능하게 한 것은 포퓰리즘에 의한 지지세력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게 정확한 분석일 게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밀양참사 현장에서 “문재인 정부는 8개월 동안 도대체 뭘 했냐”며 분개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게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국민과의 약속마저 헌신짝같이 저버리는 비겁함마저 보이는 정부로 변질돼 가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 신문고제도, 국민들의 고충과 애환을 직접 듣겠다며 대통령 지시로 시행되는 제도가 사안과 대상에 따라 불공정하게 처리된다는 사실은 묵과할 수 없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테러라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 국민이 만든 정부 권력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권력에 굴복해 자신이 만든 국민과의 약속도 저버리는 나약한 정부와 대통령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핵심관계자에 의하면 앞서 언급한 또 다른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유는 선거에 표를 잃을까봐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푸념이었다. 이게 오늘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게 과연 나라인가. 누가 누구를 보복하고 청산할 수 있단 말인가. 진정한 적폐의 대상은 누구인지 자명해졌다.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약속하겠다”던 그 약속은 오히려 국민을 우롱하는 적폐로 돌아온 것이다.

인권을 중시하던 인권운동가가 정권을 잡은 나라에서 가장 비참하게 인권이 말살되는 아이러니, 나아가 소외계층만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이율배반적 나라, 과연 이게 대한민국인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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