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마크(왼쪽)가 천국에 가기 위해 지켜야 할 10가지 규칙을 적은 종이 두 장을 손에 들고 있다.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영화 <거짓말의 발명>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거짓말을 할 것인가.

영화 <거짓말의 발명(The Invention Of Lying, 2009)>은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세상에서 거짓말할 수 있는 능력을 홀로 가지게 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의 배경은 단 한 가지를 제외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 똑같은 평행 우주 속 현실이다. 그 한 가지란 그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심지어 거짓말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정치인부터 광고업자까지 모두가 진실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마크는 무능하다는 이유로 직장인 영화사에서도 쫓겨나고, 못생기고 뚱뚱한 외모로 여자들에게 퇴짜 맞는 일이 다반사인 인생 낙오자로 그려진다.

월세도 못내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마크는 마지막 남은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가게 되고, 직원과 이야기하던 중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 거짓말이 거짓말이라는 것도 모른 채 통장 잔고를 부풀려 말한 것이다. 물론 은행직원은 마크의 말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기에 은행 전산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정중히 사과를 하고 마크가 말한 액수만큼 돈을 지불한다.

이에 마크는 자신이 개발한 이 ‘거짓말’을 이용하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을 깨닫고 점점 엄청난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은 죽음을 앞둔 어머니가 죽음을 두려워하자 ‘오히려 죽어서 가는 곳은 고통도 아픔도 없고, 궁궐 같은 집이 개인별로 주어지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위로하는 데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된다.

마크의 사후 세계 곧 ‘천국’에 대한 이야기는 곧 전 세계에 퍼져 모든 사람들이 마크를 신처럼 떠받들게 되는 데서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님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사후 세계에 대해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마크는 ‘하늘에 계신 어떤 분’이 자신에게 말해줬다며, 아픔도 고통도 없는 그곳에 가기 위해 지켜야 할 10가지 계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포한다.

A4용지에 10가지 계명을 손으로 작성한 뒤 네모난 피자 상자 두 개에 붙여 사람들 앞에 선 장면은 마치 모세가 10계명이 적힌 두 돌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주인공 마크의 입을 통해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죽게 하는 것도 하늘에 계신 ‘그 분’의 뜻이며, 전쟁도 불의의 사고도 모두 그 분의 뜻이라고 말한다.

이에 사람들은 하늘에 계신 ‘그 분’에 대해 분노한다. 그러자 마크는 ‘그렇지만 병을 낫게 하시는 분도,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도 그 분이 하시는 일’이라며 사람들을 위로한다.

영화는 하나님도 기독교도 다 한 사람의 ‘거짓말’에 의해 탄생하게 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마크가 거짓말로 명성을 얻었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잘 되지 않아 괴로워하며 집에서 은둔할 때의 모습은 마치 기독교인들이 떠올리는 예수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영화는 얼핏 한 남자가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얻게 되는 부와 명성,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기독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도 읽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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