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용호도를 관람하는 관계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0
조선 용호도를 관람하는 관계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0

‘동아시아 호랑이 미술’ 특별전
한중일 호랑이 그림 공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동아시아 호랑이미술’ 특별전을 통해 한중일 호랑이 그림이 26일 일반에 공개됐다. 같은 호랑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진 그림체는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기도 했다. 이들 삼국의 호랑이 그림은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조선 용호도의 호랑이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0
조선 용호도의 호랑이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0

◆예로부터 ‘호랑이 나라’로 불린 한국

국토의 3분의 2가 산으로 이뤄진 한국은 일찍부터 호랑이가 많이 서식해 ‘호랑이의 나라’로 불렸다. 한민족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단군신화는 곰과 호랑이로부터 시작했다. 또 우리민족은 ‘호랑이를 부리는 군자의 나라’의 사람들로 일컬어지고 해마다 호랑이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전해질 만큼 호랑이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옛 그림에도 호랑이를 그렸다. 조선시대에는 사실적으로 표현한 호랑이 모습이 담겼다. 전시에서 공개된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그림은 호랑이가 산에서 나오는 장면을 묘사한 ‘출산호(出山虎)’의 유형으로, 백수의 왕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위정자로 하여금 엄정하고 바른 정치를 권장하는 의미로 읽히기도 했다.

박경은 학예연구사는 “16세기부터 맹호도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 맹호도는 우리나라 사대부 취향과 대중의 취향을 반영해서 점차 사랑하는 형태로 바뀌게 됐다”고 전했다.

용과 호랑이 그림이 짝을 이루는 대형 걸개 그림도 공개됐다. 박 학예연구사는 “정월 초에 나쁜 기운을 쫓고 복을 맞이하기 위해 궁궐과 관청의 문비나 대청에 붙인 세화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존하는 조선 호랑이그림 중 가장 클 뿐 아니라 거침없는 용필과 용묵을 보여주는 용호도로서, 17세기 전통 회화와 19세기 민화를 연결해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용호도병풍, 모모야마 에도시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0
일본 용호도병풍, 모모야마 에도시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0

◆설화 속 이야기 등장 ‘일본 호랑이’

일본은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는 나라다. 이에 일본에서는 호랑이를 상상 속 동물로 또는 종교, 설화 속 이야기에 등장했다. ‘이국적인 땅에 존재하는 어떤 동물이 있다 더라’ 등의 식으로 바라본 것이다. 고대에 나타나는 호랑이 미술은 주로 중국이나 한국에서 도래한 도교미술이나 불교미술에 등장했다.

일본에서 호랑이 그림은 가마쿠라시대에 중국 송 회화가 유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했다. 무가 정권의 후원으로 일본의 선승들은 중국을 왕래하며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였다.

특히 남송의 선승 화가인 목계의 ‘용호도’ 화풍이 순식간에 일본에 널리퍼졌다. 박 학예연구사는 “용과 호랑이가 마주보는 형식이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아 용호도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며 “대형 병풍으로 장식하거나 장벽화로 장식하는 것이 일본 호랑이 미술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무로마치 시대에는 삼폭대(三幅對) 형식, 즉 용호도에 백의관음이나 신선을 그린 한 폭을 추가한 독특한 작품이 유행했다. 박 학예연구사는 “양쪽에 용과 호랑이가 있고 가운데에 도교나 불교 존상(尊像)을 위치시켰다. 용과 호랑이가 불법을 수용하는 믿음 하에 삼폭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호형자침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0
중국 호형자침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0

◆중국, 고대부터 악귀 막는 영물로 여겨

고대 중국의 호랑이 숭배 문화는 중원과 주변 지역에 걸쳐 형성돼 있었다. 특히 상의 유적지에서는 호랑이 모양의 옥기와 청동기가 출토됐다. 이들은 모두 호랑이를 신격화하고 숭배했던 당시 고대인의 문화를 말해주고 있다. 고대인은 호랑이를 천지신명과 소통하고 악귀를 막는 영물로 생각했다.

전시에 공개된 상나라 때의 무기인청동 ‘꺽창’의 뒷부분에는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톱니모양의 날카로운 이가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이는 호랑이의 용맹함을 빌어 전쟁에서 승리를 염원하고자하는 고대인의 염원이 담겨 있었다.

박 학예연구사는 “한중일 삼국이 고대시대부터 밀접하고 문물교류를 해왔다”며 “전시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고 서로의 문화를 깊이 있게 알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평창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에서 모티브를 얻어 기획된 특별전은 오는 3월 18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