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밀양=이선미 기자] 29일 오전 9시 경남 밀양 한솔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숨진 이안금(84)씨 발인을 거행하고 있다. 이안금씨 슬하에는 아들 4명이 있으며 며느리 3명, 손자와 손녀가 있다. 막네 윤한진씨는 “내 생애 엄마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안금씨 시신은 동네 선산에 안치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천지일보 밀양=이선미 기자] 29일 오전 9시 경남 밀양 한솔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숨진 이안금(84)씨 발인을 거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한솔병원 장례식장서 장례절차
밀양시 거리 곳곳에 추모현수막
합동분향소, 조문객 발길 이어져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송해인 기자] “이제 앞으로 ‘어머니’ ‘엄마’ 소리를 못합니다. 이제 제 생애 엄마는 없잖아요. 그게 제일 힘든 일이죠…. 제가 막내라서 그런지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친구도 엄마 이야길 하니까 막 울더군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고인이 된 이안금(84)씨의 막내아들 윤한진(47)씨는 29일 밀양시 한솔병원 장례식장에서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한솔병원 장례식장에선 희생자 15명의 장례절차가 진행됐다. 이씨는 슬하에 아들 4명, 며느리 3명과 손자손녀를 뒤로하고 오전 9시 40분 발인절차를 밟았다.

이씨의 빈소 입구에는 그의 생전의 삶을 증명하는 듯 화환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1층 안치실 앞에는 검은색 리무진이 대기했다. 망자의 사진이 흰 국화꽃에 둘러싸였고, 액자를 든 손자는 고개를 숙였다. 큰 상주는 눈물을 훔쳤다.

망자의 슬픔을 더하듯 갑자기 찬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주위는 더욱 숙연해졌다. 가족들은 마지막 가시는 길 사진 속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장례식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윤씨는 “처음 세종병원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해도 어머니가 살아계신 줄 알았다”며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지 않아서 둘째형님이 어머니를 찾기 위해 밀양에 있는 병원을 거의 다 뒤졌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를 찾았지만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어제 빈소에서 친구들하고 술 한 잔을 하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큰 상주인 윤한은(60)씨는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황당하고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었다”면서 “어머니 담당의사는 2~3일 치료하고 모시고 가면 될 것 같다고 말해 어머니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종병원에 불이 났다고 해서 황급히 달려왔지만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며 “밀양에 있는 거의 모든 병원을 뒤졌지만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새한솔병원에도 부상자가 옮겨졌다는 말을 듣고 거기에 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상태로 계셨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어머니는 동네사람들에게 인정이 많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면서 “장례를 잘 치르고 동네 뒷산인 선산에 모실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양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조문객들이 분향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양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조문객들이 분향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밀양시에는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하는 듯 거리 곳곳에 추모현수막이 내걸렸다.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오후에도 많은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앞서 제천화재 참사를 겪은 유족 30여명도 지난 28일 분향소를 다녀갔다. 분향소가 마련된 후 4일 동안 56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분향소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밀양시에서 모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김정수(46)씨는 분향을 마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나오면서 “매우 참담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김씨는 “엊그제만 해도 봤던 분들인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이번 화재로 아파트에서 혼자 사시던 80대 어르신들이 한꺼번에 돌아가셨다. 어르신들은 평소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자주 다니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분향소를 찾아온 시민을 위해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는 밀양 문화체육회관에 설치된 합동분양소에서 밥차 2대를 배치해 식사를 제공했다. 봉사단 관계자는 지난 27일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합동분양소에서 4일째 식사봉사를 하고 있다.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이 29일 밀양 문화체육회관에 설치된 합동분양소에서 유족들과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이 29일 밀양 문화체육회관에 설치된 합동분양소에서 유족들과 조문객들을 대상으로 식사봉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국민건강보험공단 밀양창녕지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최미숙(53)씨는 “평소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추석명절에는 기념품도 전달하고 청소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 화재로 많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셔서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씨는 “밀양은 좁아서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번 사고로 친구의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밀양의 모든 시민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밀양시의원 13명은 분향하러 오는 시민이 많아 분향소 바깥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조인종 밀양시의회 의원은 “이번 화재로 39명이나 참사를 당해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재향군인회에서 봉사하고 있는 여상연(59)씨는 “재향군인회는 월남전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2세대들이 모여 봉사활동 하는 단체”라며 “부모님 같은 분들이 한꺼번에 다 돌아가셔서 마음이 울적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설정스님도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여러 스님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양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조계종 설정스님을 포함한 스님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양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조계종 설정스님을 포함한 스님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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