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국 정상급 인사와 식사·회담 예정
日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 주목… 북핵·과거사 논의할 듯
4강과 회담도 예상… 북한 대표단과 북·미 대화도 주목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내달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각국이 몰려오는 스포츠 제전일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급 다자 외교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롬픽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찾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정상외교를 가질 예정이다.
29일 청와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정상급 외빈은 일본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중국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 등 21개국 26명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토니오 구테헤스 신임 사무총장도 한국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내달 9일 개막식에 앞서 리셉션을 갖고 정상급 외빈을 맞이한다. 이후 14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오찬·만찬, 회담이 이어질 예정이다.
◆日 아베 총리와 회담, 과거사 문제 등 주목
특히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확실시 된 일본 아베 총리의 방한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은 지난해 7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열린 이후 이번이 세 번째가 될 예정이다. 당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며 공조하자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한·일 정상 회담은 한·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모습도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말 우리 외교부가 전 정부의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피해자 중심 원칙이 배제되고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검토 결과를 발표한 이후 첫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산케이신문 등 보수 언론은 아베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위안부 합의의 이행과 소녀상 문제 등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확실히 알리겠다고 공언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청와대는 “지난 정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말할 것”이라며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간의 입장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한·일 관계 방향을 확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일 양국이 상호 존중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정도만 돼도 한·일 관계를 차차 해결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둘 수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일 등 정상급 인사 참석… 미·일, 北 압박 주장할 듯
한반도 주변 미·중·일·러 4강국 정상급들과의 회동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일본 총리를 비롯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펜스 부통령 등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대표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창올림픽 기간에 내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이 미국 대표단에 동행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특별대사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한다. 개막식에는 한 위원이 대표로 참석하고 폐막식에는 시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에서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요청했고 이에 시 주석은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폐막식에서 올림픽행사의 성공적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답한 바 있다.
러시아는 정부 차원의 도핑 조작 협의로 평창올림픽 참가가 어려워졌다. 이에 대표단 파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면서 한·러 정상회담을 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참석을 요청했다.
◆북한 대표단 누가 오나… 북·미 대화도 주목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도 주목된다. 지난 9일 남북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북한에서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예술단·응원단을 비롯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아직 고위급 대표단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북측 대표단장으로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4년 그는 국가체육지도위원장으로서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황병서 당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당시 당 통일전선부장 등과 방문한 바 있다.
북한 대표단을 이끌 인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현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 등도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관측되고 있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북측 대표와 미국 펜스 부통령 간 ‘북미 대화’도 이뤄질 지 관심이 솔린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미 국무부가 “올림픽 기간에 미국과 북한 대표단 사이에는 어떤 만남도 계획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세계적 평화 제전이라는 것을 감안해 정치적인 부담을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접촉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