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원 김창배 화백.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미술협회 이사 담원 김창배 화백

40여 년의 세월, 그림이라는 세계에 흠뻑 취해 오직 한 길만을 걸어온 이가 있다. 한국미술계에서 ‘선묵화(禪墨畵)’라는 새로운 그림세계를 선보여 동양화의 신비로운 미학을 전하고 있는 한국미술협회 이사 담원 김창배 화백을 만났다.

한국미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인사동이다. 인사동에서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묵묵히 한국화의 맥을 이어온 김 화백은 차(茶)에 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차(茶)연구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화가의 길을 가다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있다 ”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와 가까이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세계에는 유난히 차와 관련한 그림이 많다.

충청도 서산에 고향을 둔 김 화백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 이끌리어 절에 간 것이 그림과의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그는 절에 있는 불화와 법당에 모셔진 불상을 보면서 ‘미술이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에 사로 잡혀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불교미술의 세계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 자기를 낮추는 마음으로 그림 그려

6세기 초 달마대사의 선종불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화파인 선묵화는 마음을 수행하는 것을 고요하게 그린 그림이다. 특히 선화 중에는 달마도가 많다. 그림의 필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단순하며, 비워두는 작업(여백의 미)이 강조되고 있다. “선묵화의 화법에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김 화백은 비움의 강조한다. 그렇기에 그는 “‘하심(下心)’라는 두 글자를 신조로 지키고 있다고 한다. “자기를 낮추고 비우는 마음, 그림은 끊임없이 배우고 탐구해야만 발전한다. 잘난 마음에 자기를 높이다보면 언젠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젊은세대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다. ‘하심하는 마음’이 곧 부처님의 마음이다.”

김 화백의 그림에는 초의선사가 자주 등장한다. 초의선사(1786년~1866년)는 조선 후기의 승려이다. 신상(神像)에 능했고, 정약용에게서 유학과 시문(詩文)을 배웠다. 김정희(金正喜) 등과 사귀면서 해남의 두륜산(頭輪山)에 일지암(一枝庵)을 짓고 40년간 천태종에서 도를 닦은 인물이다.

김 화백은 해학적인 그림으로 “마음이 황폐해진 현대사회와 신음하는 사회인들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한다”며 “고승들을 그려 그들의 사상과 정신을 이어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이라고 말한다.

그의 그림에는 초의선사가 김정희 선생와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이태백이 나오며, 어린이(다동)들이 차를 준비하는 등의 해학적인 그림으로 선과 도의 세계가 재미있게 나타나고 있다.

또 그는 그림을 그리는 이유 한 가지가 더 있다며 “그림을 보면서 불교 세계를 이해하고 또 다도그림으로 다도의 유익함을 함께 불교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시대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노력 필요

현대문명 속에 디지털 문화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화단도 서양미술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0%만이 한국화 등 동양미술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화백은 “우리 현실을 인정하면서 한국미술계가 발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림 정신의 순수성을 지키는 노력과 함께 미술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화가 대중과 소통하면서 국민들과 만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상품과 디자인에 동양화나 한국화 등을 그려 넣어 동양미술인들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 화백의 그림은 하동 녹차, 지하철 스크린 도어, 버스 정류장 광고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또 그는 세계적인 전람회나 개인전을 통해 한국화를 알리고, 음악과 그림의 만남을 통한 색다른 그림세계를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김 화백은 “망망대해를 헤쳐가는 배의 선장과도 같은 심정으로 새로운 미술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선묵화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선묵화와 우리 차에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는 뜻을 끝으로 전했다.

◆ 김창배 화백 약력 ◆
동국대학교·대학교 졸업(차 관련 석사 논문)
세계도자기 EXPO 2001년 경기 여주 초대작가
국제 차문화대전 선정작가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 초대작가
(현)한국미술협회 이사
국내 30여 차례 개인전과 단체전,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 개인전 다수
저서 <붓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차묵화첩> <세상의 모든 달마 기법>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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