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국내 여론조사기관이 정기적으로 조사·발표하는 결과에 정치권의 관심이 높다. 지난주보다 지지도가 오르면 좋아하고, 지지도가 떨어지게 되면 반응이 별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여론조사기관에서는 매주 단위로 여론을 조사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나 정당의 호감도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로 후보자를 내는 정당이나 예비후보자들은 사전 조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유권들의 반응을 살피곤 한다.

지난주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5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59.8%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1주일 전 수치 66%보다 6.2%포인트(P)가 내린 것이다. 또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4명에게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물은 결과 긍정적인 평가가 64%로 나타났다. 비록 4.8% 포인트 차이지만 60%대와 50%대이니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크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50%대를 기록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59.8%를 두고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다.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무려 80%대 중반까지 치솟았고, 상당기간 70%대를 유지하던 지지도가 50%대로 뚝 떨어지다 보니 야당에서는 신이 났다. 경제가 어렵고,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백수가 된 판에 적폐청산만 부르짖고 민생살리기 등 문제해결이 부족한 실정이니 사필귀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치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하락을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에 나섰는바 그동안 감성팔이 행동과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의 당연한 결과가 이제 나타나는 것이라고 반기고 있는 중이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떨어지는 지지율이 부담이 되고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발언 등 정부의 적절하지 못한 대책으로 국민이 반감을 보이자 행여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눈치다. 청와대에서도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기를 바라면서 지지율 상승을 위한 대책보다는 정부정책에 완성도를 높이며 국민들과 소통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으로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은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의 결과이기도 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국정운영의 무능이 겹쳐져서 심판적 차원에서 현 정부를 지지한 것이라면, 올해부터는 다르다. 국정운영에 대한 결과에서 국민은 차분한 마음으로 평가한 것이다. 현 정부의 정치이념보다는 경제정책 운영과 관련된 내용으로 지난해 추경을 편성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올해 정부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실업대책에 쏟아 붓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문제를 국민이 직시한 결과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문 대통령의 집권 2년차인 올해는 국민걱정을 줄이는 정책에 올인해야 한다. 당장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선심정책이나 보여주기식 정책에 치중한다면 국민불안만 팽배하고 지지도는 더 크게 하락할지도 모른다. 우선은 각종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안전의 강구책이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은 재난·재해와 각종 사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국가가 책임져주기를 원한다. 제천 화재 참사 이후 정부에서 다시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를 비웃듯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참으로 불안한 세상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위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해 우리 일상생활에서 안전문제로 불안해하지 않고, 먹고사는 경제문제가 조금만이라도 잘 해결된다면 국민은 정부를 믿고 따를 것이다. 즉 문 대통령의 집권 2년차 핵심키워드인 ‘국민 체감’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위민(爲民)에 방점을 둔다면 국민여론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다. 국정지지도에서 퇴임 시까지 고른 지지를 받았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직후 최고치 58% 지지율에, 퇴임 2개월을 앞두고도 57%를 기록했으니 50%대 후반을 오르내리면서 미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현재 청와대나 여권에서 걱정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59.8%는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50%대 후반을 차지하는 이 국정지지도를 더 이상 하락시키지 않고 퇴임시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그렇게 하려면 획일적 적폐청산, 민생문제 대처 부족, 보여주기식 정치 등 부정적 요소를 줄여나가는 게 관건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60%대에서 들쭉날쭉하고 있는바 여기에 청와대나 정부·여당이 목을 매고 일비일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겸손한 국정운영, 그것이 바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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