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과 코치와 보조인력 3명 등 15명이 25일 진천 선수촌에 입촌했다. 선수촌 빙상장 앞에서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단이 함께 뛸 북측 선수들에게 환영하는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지금은 서로 등을 돌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손을 맞잡고 함께 가야 할 같은 겨레가 아닌가.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 이상의 분단이 아니라 통일 한국의 미래를 물려줘야 하건만 현실은 냉정하고 혹독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남북의 여자 선수들이 꽃다발을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만큼은 짠한 감동과 함께 희망의 근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기가 좋다.

그러나 우리 땅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지만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남북 단일팀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적잖은 갈등과 사연들이 녹아있다. 첫 시합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팀을 다시 꾸린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얘기부터 스포츠에 왜 ‘정치’를 끌어 들이냐는 통렬한 비판도 많았다. 그리고 어쩌면 다시는 없을지도 모를 이번과 같은 큰 경기를 위해 오랫동안 피땀을 흘린 우리 선수들을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느냐는 따끔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순수해야 할 스포츠 정신에 ‘정치적 의미’를 너무 진하게 개입시켰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리 정부의 의지대로 남북 단일팀 구성을 결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자는 세계 각국의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북 단일팀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제는 그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단일팀 구성에 비난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폄하하면서 특유의 색깔론을 쏟아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당리당략’이란 게 국익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인지 그 속내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우리 땅 평창에서 열리는 세계 젊은이들의 스포츠 축제를 이런 식의 ‘색깔론’으로 프레임화 시키는 것이 옳은 일이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혹여 문재인 정부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이 실패하길 바라거나 또는 ‘평양올림픽’으로 폄하해서 보수층 결집을 노리는 계산이라면 일찌감치 그만두길 바란다. 그렇게 해서 얻은 정치적 결과는 ‘국민의 것’이 아니며, ‘평양올림픽’으로 폄하해서 결집된 보수라면 그런 보수는 더 이상의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념과 종교를 떠나 평창에 모인 세계 젊은이들의 함성을 고작 ‘친북 딱지’를 붙인 이념적 색깔론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평창올림픽을 흔들어서 얻게 될 그런 정치적 이익이 과연 얼마나 될지 성숙한 시민의 눈으로 잘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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