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일본의 아베 총리가 평창에 오겠다는 심중을 내비쳤다. 고노 외무상의 이름을 빌려 ‘이대로는 가기 어렵다’고 몇 발 빼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황이 허락하는 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싶다”고 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평창올림픽을 축제의 장, 평화의 제전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위안부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면 아예 오지 마시라.  

한국 국민들 가운데 아베가 오는 걸 환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이건 아베와 일본 고위층이 더 잘 안다. 왜 한국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사과와 배상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면합의 형태의 ‘위안부 합의’를 하고 이를 지키라고 강요하고 있어 한국 국민의 감정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정당성을 상실한 정권과 한국 국민 몰래 맺은 반인권적인 ‘비밀약속’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한국 국민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짓밟는 행위이다. 

아베와 일본 정부가 이성적이라면 이면 합의를 전면 백지화하고 다시 협의를 해야 옳다. 특히 성노예 행위를 강요받은 할머니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명예를 짓밟은 행위에 대해 정중히 사과부터 해야 한다.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이 서로 반목하거나 적대할 이유가 없다. 군국주의, 군사주의를 지향하는 아베와 그를 따르는 일본 내 세력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 국민간의 소통을 가로 막고 있어 국민들 간에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가 한국에 오는 이유는 미국이 강력하게 종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 걸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는 걸 우려해서 원군으로 아베와 평창에 동행하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과 일본이 한통속이 되어 남북화해를 가로 막으려 시도한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시민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지만 남북한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분단으로 인해 고통 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산가족의 아픔은 누가 알까.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오도 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한스런 세월을 살았다.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겪은 사람은 이산가족만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내일 전쟁이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속에서 살았다. 언제 전쟁이 터져서 나와 우리 가족, 이웃과 친구가 죽어갈지 모른다는 고통 속에 살았다. 간첩으로 조작돼 목숨을 빼앗기고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고 이적단체,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몰려서 고통 받은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분단이 되지 않았다면 평화를 누렸을 것이고 복지국가를 만들어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처럼 모병제를 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청년들이 군 입대를 강요받지 않고 자유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한민족 구성원 거의 대다수가 분단의 희생양이다. 일본은 한국의 분단에 책임이 큰 나라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지 않았다면 한국이 분단국이 되었겠는가. 분단에 책임 있는 나라가 반성을 해도 모자랄 텐데 분단을 이용해 득을 보려는 행동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조선의 여성들을 일본군의 성노예로 강제 동원하고 인권을 짓밟은 야만행위를 했다는 걸 인정하고 국가를 대표해 진정으로 사죄, 배상 하고 나아가 강제 징용 피해자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 조선인, 일본이 학살한 동학혁명 참여 농민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한다면 일본의 수상이 누구이건 한국 방문을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아베가 한국에 오는 목적이 이른바 ‘위안부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따지러 온다거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러 온다거나 긴장완화와 남북화해를 훼방하러 오는 것이라면 한국에 올 이유가 없다. 

아베는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핵이 국제적 이슈가 되는 걸 이용해서 군사대국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베 정부는 어떻게 하면 북한에 대한 책임을 부각할까, 어떻게 하면 북한을 더욱 궁지로 몰까, 어떻게 하면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한국을 미일관계의 틀 속으로 끌어당겨 분단을 영구화 할까에만 골몰하는 듯 보였다. 

한일 간에 선린 우호 관계를 맺는 것은 중요하다.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일본이 범한 침략 범죄와 인권 범죄에 대해 일본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죄, 배상하고 한반도 평화와 분단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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