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북한의 솔제니친, 작가 반디선생의 두 번째 작품이자 세계 최초의 시집인 ‘붉은 세월’이 세상에 나왔다. 미국 뉴욕에 있는 공공도서관의 초청으로 반디선생을 대신해 ‘고발’ 소설집의 북 토크에 참석한 필자로서는, 개인적으로나 단체에 소속된 한 일원으로서도 참으로 영광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었는데, 때마침 북 토크가 진행되는 뉴욕의 시간에 맞추어 반디선생의 시집이 출간된 것은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지금도 행사에 참여한 독자의 질문이 귀에 쟁쟁한데, 그것은 다름 아닌 반디선생의 안전을 염려하면서 왜 한국에서는 이 같은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인지 그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 필자는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유독 지난해 5월 이후 급속도로 관심이 떨어졌는데 그에 반해 외국에서는 오히려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이제 곧 반디선생의 두 번째 작품이자 최초의 시집이 발간될 텐데, 반디선생의 저항의식을 더욱 확연히 엿볼 수 있는 작품이고, 자신이 북한 노예주민들과 함께 무엇을 지향하는 것인지를 보다 정확히 보여주려 절규하고 계시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드렸었다.

또한 필자의 요청으로 어렵게 행사장에 참여한 중국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주역들 중 당시 북경대학교의 대표였던 왕준타오씨는, 중국 인민의 인권과 함께 북한주민의 인권이 이토록 처참한 줄 몰랐다며, 앞으로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는 간단한 인사말로 북 토크 행사를 격려해주셨는데, 이것은 중국 인민의 입장에서 공산전체주의 국가체제로 상징되는 반디선생의 시집 ‘붉은 세월’ 속에서 신음하는 노예주민들의 해방이라는 대의로 뭉쳐야 함을 천명한 것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귀국 이후 필자가 본 것은, 북한식 표현을 빌려 남측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던 해괴한 장면들로, 붉은 세월의 인질이 되어 살아가는 북한주민들은 여전히 굶주림과 권력의 잔혹함에 신음하고 있음에도, 수천만원짜리 명품 백, 모피 목도리 등으로 치장한 한 여성을 두고서 난리법석을 떠는 남측의 자화상은 참으로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잘 훈련된 배우마냥 자연스런 악수의 장면에서도 뒤를 돌아다보며 승낙을 받은 후에야 배운 그대로를 연출하는 북녀의 서글픈 모습에서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그냥 북측의 졸개로 위원장 동지의 은덕으로 구걸하며 사는 게 훨씬 나을 텐데 말이다.

어둠과 노예의 땅이라는 표현 외에 달리 언급할 길이 없는 북한에서, 자유를 얻고자 하는 선각자의 신성한 책무로 필봉을 높이든 저항작가 반디선생은, 북측의 연극에 놀아나는 소위 남측의 붉은 세력들을 향해 이렇게 꾸짖고 있다. 

“붉은 세월 50년아 대답 좀 하여라,  이 땅의 인생에게 네가 준 것 무어드냐 
 동족상쟁 칼부림에 피 젖은 50년대,  고역의 멍에아래 땀 젖은 60년대
 아 그 언제 하루인들 하루인들 주었드냐,  즐거운 인생을 순간인들 주었드냐
 붉은 세월 50년아 대답 좀 하여라,  이 땅의 인생에게 네가 준 것 무어드냐
 폭압의 쇠사슬에 눈물 젖은 70년대,  갈수록 심산이라 한숨 젖은 80년대
 아 그 언제 하루인들 하루인들 주었드냐,  즐거운 인생을 순간인들 주었드냐
 붉은 세월 50년아 대답 좀 하여라,  속임수로 엮은 년대 채찍으로 이끈 년대 
 마지막 몸부림에 숨막히던 90년대, 아 비노니 다시는 이 땅에 붉은 세월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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