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아테네 아레오파고스 언덕 안내판에는 사도 바울(서기 10∼67)의 전도기록이 적혀 있다. 

“아레오파고스는 그리스에 기독교가 전파된 것과 관련이 있다. 1세기 중반 사도 바울이 아레오파고스 언덕 정상에서 아테네 사람들에게 새로운 종교를 가르침으로써 몇몇 아테네 사람들이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알려진다. 개종한 사람들 중에는 아레오파고스회 관원 디오누시오도 있었다.”   

바울은 서기 51년에 로마 지배의 아테네를 방문했다. 그는 드로아(터키 트로이 근처)에서 환상을 보았다. 꿈에 마케도니아 사람이 바울에게 ‘마케도니아로 건너와 우리를 도와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바울은 유럽행을 택했다. 베뢰아에선 홀로 배로 타고 아테네로 갔다. 

바울은 아테네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격분했다. 그는 회당과 아고라에서 토론했다. 에피쿠로스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바울과 논쟁하고는 “이 떠버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했다. 그들은 바울을 아레오파고스로 데리고 가서 “당신이 말하는 새 가르침이란 무엇이오? 우리에겐 낯서니 말해보시오”라고 말했다.    

바울은 아레오파고스 언덕에서 설교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여러모로 신앙심이 깊은 분들입니다.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여러분의 예배장소를 살피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겨진 제단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지금까지 모르고 예배해 온 그 신을 내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중략) 사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까이 계십니다. ‘우리는 그 분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고 살아간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또 여러분의 어떤 시인은 ‘우리도 그의 자녀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중략)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택하신 분으로 하여금 온 세상을 심판하실 날을 정하셨고, 또 그분을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심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그 증거를 보이셨습니다.” (사도행전 제17장 16~32절)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말에 사람들은 비웃었고, 다시 듣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바울이 언덕에서 내려오자 몇 사람이 바울을 따랐다. 그중에는 아레오파고스회 관원 디오누시오와 다마리라는 여자와 그 밖에 몇 사람이 있었다.   

로마시민권자이고 지성인인  바울은 이 연설을 헬라어(고대 그리스어)로 했을 것이다. 그의 연설은 그리스인의 깊은 신앙심을 추켜세우고 그리스 시인의 말까지 인용하면서 친근감을 보였다. 그러나 영혼의 불멸은 믿지만 시신의 부활을 믿지 않았던 그리스인에게 예수 부활에 대한 바울의 설교는 실패한 듯 보인다.  

한편 아레오파고스 언덕에는 BC 434년 페리클레스 시대부터 종교 사무만을 처리하는 아레오파고스회가 있었고, 디오누시오는 서기 90년대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 순교 당했는데, 아테네의 첫 주교였다. 그를 기리려고 건축된 성 디오누시오 교회의 유적은 언덕 북쪽 경사지에 보존돼 있다.

이제 아레오파고스 언덕을 내려온다. 정면 오른편 동판에는 바울이 아레오파고스에서 연설한 사도행전 17장 22절 이하의 구절이 적혀 있다.

그리스는 국교(國敎)가 그리스정교이고 98%가 신자이다. 그리스는 올림포스 12신을 경배하는 다신교였지만, 이제는 기독교가 그리스인의 삶에 뿌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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