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일류국가를 내다보며 너도나도 뛰고 있다. 막연하기만 했던 얘기가 이젠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와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계는 우리를 보고 앞장서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답답하다. 세계는 우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있다.

시기 질투 반목은 우리의 눈과 귀를 둔하게 만들어, 보고 들어 깨닫지를 못하게 하고 있다. 공적(公的)에 서야 할 사람들이 사적(私的)에 서니 대승적 결단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다.

국가적 사안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이 돼야만 하겠지만, 무조건 다른 길과 반대적 논리를 내 세워야만 똑똑하고 잘난 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사적인 세를 규합해 자신들의 영달을 꾀하고자 함이 틀림없다.

그 결과 나 또는 우리와 다르면 무조건 적대적 시각을 갖도록 유도해 결국 편이 갈라지게 하고 심지어 원수 아닌 원수가 되게 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볼 것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치권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정치에는 정치적 논리가 없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을 잡아주고 이끌어 가는 또 다른 계층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사회 및 종교 원로 지도층, 각계 지식인,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다.

한 마디로 자신들의 역할을 얼마나 잘 감당하고 있는가. 역할은커녕 공생의 관계 속에서 오늘날의 그들을 생산해 내는 데 일조한 일등공신은 아닌가 깊이 반성해 봐야 한다.

세상의 이치를 들어 보자.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게 기초다. 그렇다면 천만년대계를 생각하며 오늘날의 올바른 사회와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기초는 무엇인가. 바로 생각이다. 그리고 바른 가치관과 의식이다. 이 하나를 진정 깨닫지 못한다면 지나온 역사는 되풀이되고 말 것이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 아닌 반석(盤石)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 그 반석은 곧 우리 각자의 생각이며 의식이며 가치관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 시대에 맞는 생각과 가치관과 의식의 발로는 바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역할을 책임져야 할 계층의 생각에서부터다.

‘언론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종교 언론이 망하면 종교 또한 망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사회 및 지도층의 생각이 부패해 있다면 그 사회 그 나라는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우리는 정녕 그러한 사회, 그러한 나라를 원한단 말인가. 입으론 화합하자, 상생하자 하지만 실제는 분열을 부추기는 야비한 지도층이요 언론이 되어 있다면 말이다. 또 하나가 아니라 둘과 셋 아니 산산조각 흩어지기를 유도하고 있다면 말이다. 비록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 할지라도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선도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내 편 네 편이 너무나 심하게 표출되고 있다. 정당 안엔 또 다른 여와 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가 하면, 종교는 종교대로 종파 안에 또 다른 종파가 있고, 그 종파 안에는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하며 이합집산의 기현상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상야릇한 시대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다른 것과 틀린 것’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생각과 의식과 정신세계를 이끌어주고 다잡아 줘야 할 종교계는 이미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할과 본분을 포기한지 오래다.

한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잊혀져가기 쉬운 6.25 60주년 행사가 그 어느 해보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거행됐다. 한 자원봉사단체에서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전몰장병은 물론 자유 위해 이국만리에서 전사한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생존 참전용사들을 위한 행사를 거국적인 차원에서 준비했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는 주최 측이 자신들의 교단과 함께하지 않는 교단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는 물론 각 기관에 연락, 결국은 종교단체의 행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계획된 대로 행사를 치르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부분이 종교인이다. 종교권력을 남용해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핍박하고 훼방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더욱이 중요한 사실은 이 같은 주장과 논리를 정부와 기관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나라는 진정 미개한 나라인가. 어디에다 얘기하기조차 창피한 일이다. 이 자원봉사단체는 국가도 하지 못하는 일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빚진 자로서 빚을 갚고, 은혜를 갚고자 했던 일이다. 이 세상의 빛이 되는 일이다. 어둠은 빛을 싫어한다 했으니 그들은 자신들이 무지한 어둠이었음을 드러내고 만 셈이다.

이제 의식이 깨어있는 자부터 생각과 의식과 가치관의 전환을 유도하고 계몽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일류선진국을 넘어 인류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나라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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