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아동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기대하며 아동 성폭력 범죄를 막기 위한 가해자 측면의 교육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최근 ‘제2의 조두순 사건’이라고 불리는 ‘김수철 사건’으로 말미암아 학부모들의 불안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나이 어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잔혹하게 성폭행을 하는 인면수심의 성범죄자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대처 방안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아동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한 예방 교육이 강조된다. 필자는 이 두 가지 외에도 가해자 발생을 막기 위한 교육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릴적부터 인성교육 및 올바른 성교육을 실시하고, 향후 성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동 및 청소년을 집중적으로 선도, 관리, 치료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다음은 실제로 필자가 진료했던 사례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 영수(가명)는 평소 인터넷으로 포르노 동영상을 자주 봤다고 한다. 등교길에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을 보고나서 갑자기 성욕을 느꼈고, 이에 피해자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음부를 만지는 행동을 했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고, 가정법원에서 필자에게 정신감정을 의뢰하였다. 진단 결과 소년은 충동조절 능력의 저하를 보였고, 성 정체성이 불안정했으며, 품행장애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는 병이 있었다.

이에 정신과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소년은 현재 2년이 지나도록 성적인 행동의 재발을 나타내지 않을 뿐더러 일상생활 수행 기능의 향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경미한 성범죄를 보이는 아동 청소년을 단지 처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교육을 제공한다면, 그들이 추후 더 큰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필자는 사회적인 차원의 성폭력 예방 및 교육을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아동 청소년에게 성 관련 영상물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포르노 동영상을 본 아동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봤던 장면을 모방하려고 한다. 게다가 여성은 성을 즐기고, 남성의 성적 접촉 시도에 순순히 응한다는 잘못된 편견을 갖게 된다. 동영상에서 봤던 여성은 성 행동을 좋아하는데, 현실에서의 여성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도망을 치거나 또는 폭력을 행사하는 등 둘 중의 한 가지 행동을 선택한다.

둘째,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4~5세만 되어도 자위행동, 성폭력, 몸에 대한 올바른 표현, 아기의 탄생 과정의 내용이 들어간 그림책을 읽어준다. 6~7세 이후부터는 매년 이성에 대한 존중,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내용이 들어간 책을 통해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성 관련 행동을 보인 아동 청소년에게는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게 한다. 아이가 보인 행동이 단순한 호기심인지, 충동성의 표현인지, 성욕 해소의 차원인지,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 위한 방식인지 등에 따라서 접근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품행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틱 장애 등이 원인 질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인 질병을 꾸준하게 치료하면서 문제 행동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된다.

아동 성폭력의 근절은 우리 사회 전체가 힘을 기울여서 적절한 예방, 대처, 교육을 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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