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차림의 기본인 김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의 밥상 차림의 기본인 김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주 언론에 비친 한국 ②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 발표
김치, 부정적 뉘앙스로 사용
1970년대 이후 조리법 게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한국인의 밥상 차림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 2013년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면 전 세계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는 만큼 음식 문화인 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 70년간 미주 언론은 한국의 김치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을까.

◆뉴욕 타임스 650개 기사 검색

22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미주 한국에 비친 한국’ 자료에 따르면 1945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신문 기사를 중심으로 조사 결과 ‘Kimchi’로 검색되는 기사는 뉴욕 타임스의 경우 650여개, 월스트리트 저널의 경우 100여개였다.

두 신문은 1990년대 이후 한국 음식에 대한 기사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공통점을 보였다.

처음 이들 신문의 경우, 김치에 대한 묘사는 유독 이상한 냄새를 표현하는 어휘로 구성됐다. 특히 ‘고약한 냄새나는’이라는 감각에 대한 어휘와 전쟁에 관련된 용어인 ‘다이너마이트’를 결합한 관용적인 표현에서 보면 김치와 이를 포함하는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고착을 염려하게 될 정도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로 김치의 악취나 냄새보다 이국적인 맛과 건강한 조리법이 중심이 되는 기사문으로 전환됐다. 육류 중심의 식단을 즐기던 서구에서 채소를 새로운 조리 방법을 활용해서 즐길 수 있다는 내용으로 김치가 묘사됐다. 특히 김치는 혼합, 융합이라는 어휘가 먼저 전경화됐다.

◆‘한국식 피클’ 한국인 밥상차림의 기본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효 음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인 조리법’을 가진 음식으로서의 김치에 대한 자부심이 보이는 문구는 미국 신문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신문기사에서는 소금과 설탕에 절이는 방식으로 제조되는 피클 같은 본국의 음식을 이해하는 맥락에서 김치의 제조법을 수용해 묘사했다.

배추뿐 아니라 부재료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통해 김치를 제조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 기사문은 발견됐으나 김치의 맛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재료, 즉 젓갈이나 즙등에 대한 묘사는 배제됐다.

김치의 또 다른 이름은 ‘한국식 피클’이다. 김치는 모든 한국인이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묘사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라는 것이다. 전쟁에서도 김치를 고집하고 모든 상차림의 기본적인 요소이며 김치가 빠진 상차림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고 설명됐다.

김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비슷한 음식으로 병렬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사우어크라우트’다. 이는 소금에 절인 신맛 나는 양배추로 독일에서 온 음식이다. 미국인들에게 김치는 그 맛도 내용도 설명하기 어려운 낯선 음식이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적으로 비슷한 유럽의 음식이 필요했다.

1980년대 김치에 대한 담론들은 한국인의 삶이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가치에 중심을 두는 것으로 전환됐다. 김치만을 위한 냉장고인 김치냉장고를 사용하며, 한국 노인들의 장수를 돕는 김치에 대한 주제의 기획 기사 등이 종종 나타났다. 또 한국의 변화 혹은 발전이라는 담론과 더불어 생활수준이 보다 현대화됐음을 보여 준다.

연구원은 “최근 한식 세계화 담론과 접합되는 이미지는 피부색과 외양이 다채로운 외국인들이 한식을 먹으며 행복한 웃음을 띠고 서로 어우러지는 장면에 가까웠다”라며 “약간 서툴러 보이기는 해도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젓가락을 이용해 한식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김치는 다른 모든 문화처럼 국경을 넘고 교류하며 그 수용되는 지역의 문화와 타협하면서 다양하게 변화 혹은 교류 융복합해 재발명되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러한 묘사는 미국 신문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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