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장면. (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4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장면. (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4 

전개·무대·넘버·앙상블 조화 훌륭해

주인공들의 결말, 미래 생각하게 해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1995년 최고시청률 64.5%, 평균시청률 50.8%의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귀가시계’라는 애칭을 얻은 드라마 ‘모래시계’가 뮤지컬로 제작·공연 중이다.

뮤지컬은 드라마와 같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사회를 살았던 세 청년 ‘태수’ ‘혜린’ ‘우석’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다.

이들은 카지노 슬롯머신 사업자이자 혜린의 아버지인 ‘윤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던 정부 고위관계자들 간의 잘못된 거래와 암투 사이에서 희생당한다. 이에 각 인물은 거대 조직의 리더가 되거나 성공적인 자본주의 사회에 편입하기도 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검사가 돼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운명의 모래시계를 뒤집으려 발버둥 친다.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장면. (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4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장면. (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4

대작의 리메이크를 두고 일각에서는 원작의 감동을 훼손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창작초연 뮤지컬 ‘모래시계’의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뮤지컬은 빠른 전개와 무대화면의 활용, 27개의 넘버 그리고 힘 있는 앙상블의 노래로 관객의 몰입을 최고조로 이끈다. 여기에 결말이 주는 메시지까지 더해져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는 공연이 탄생했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24부의 원작을 2시간 30분 분량으로 대폭 압축했다. 태수와 우석의 첫 만남과 청년 시절은 ‘17, 18, 19 그리고 스무 살’이라는 단 하나의 넘버로 표현된다. 그리고 1978년 동일방직 사건부터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삼청교육대, 제5·6공화국 출범까지를 제한된 러닝타임에 다 녹여냈다.

뮤지컬 초반에는 노래로 모든 상황설명과 대사를 하는 송쓰루(song-through) 뮤지컬의 느낌을 받기도 한다. 때문에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기 벅찰 때가 있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의 매력이 부각되기도 한다.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장면. (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4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장면. (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4

 

뮤지컬은 빠른 전개 속에서도 시대상황을 현실적으로 재현한다. 드라마 ‘모래시계’ 연출진이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실제 필름을 드라마 중간에 삽입해 현실감 더했다면, 뮤지컬 ‘모래시계’ 연출진은 당시 사건들을 다룬 신문 기사를 무대 화면에 띄웠다.

특히 캐릭터별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넘버가 인상적이다. 한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태수의 주제곡은 기타 중심의 록으로, 운명에 맞서려는 혜린의 노래는 스트링 악기 위주의 음악으로 편성됐다. 우직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검사 우석의 경우 힘 있는 발라드를 주로 불러 인물의 성격이 잘 대변된다. 또 민초를 대변하는 앙상블들은 절규 가득한 노래를 불러 절절한 현실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결말은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작품 말미에 연출진은 관객에게 “이제부터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라는 화두를 던진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미래를 기대하는 한편 관객 자신이 살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만드는 게 제작진의 의도다.

지난 7일 공연에는 배우 한지상, 김지현, 최재웅이 각각 태수·혜린·우석으로 분했다. 태수 역의 한지상은 어깨와 턱에 힘을 주고 연기해 드라마에서 최민수를 떠올리게 했다. 김지현은 겉은 연약해 보이지만 내면은 강한 혜린을 연기와 노래를 통해 무난하게 표현했으며, 최재웅은 힘든 현실에서 고뇌하는 청년 검사의 내면을 발라드 풍 주제곡에 잘 녹여냈다.

과거와 현시대를 고민하게 만드는 뮤지컬 ‘모래시계’는 오는 2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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