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이 결정된 가운데 남북한 사이에 예술 공연장과 훈련장 시설에 대한 사전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22일에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일행이 1박 2일간 방남 활동을 마치고 돌아갔고, 23일에는 우리 측에서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한 선발대 12명이 마식령스키장에서 2박 3일간 일정으로 현지답사 중에 있다. 이러한 북한 예술단의 방남과 우리 측의 방북 활동은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행사이긴 하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한 상호 왕래다.

하지만 현송월 단장의 방남기간 중 우리 정부의 대응과 보수단체의 기습 시위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현 단장의 1박 2일간 방남은 평창과 서울 두 곳에서 북한 예술단의 공연과 관련된 시설 점검이 목적인데, 이와는 다르게 정치적인 면이 부각됐던 것이다. 현 단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자세히 공개되면서 우리 정부가 지나친 저자세로 과잉 대접을 했느니, 북한의 노림수가 따로 있느니 말들이 많으면서 급기야 보수단체가 인공기를 불태우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남북한 당사자들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합의한 게 여러 개가 있다. 그 가운데 올림픽 개최기간 중 북한 예술단의 남한 공연 등 문화예술교류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오랫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의 물꼬를 틔워 향후 남북대화로 연착륙되는 동인(動因)으로서 문화예술 공연이 작용되기를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이 바라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현 단장의 방남 길을 국민들이 환호했을 터, 이러한 때 이념이나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됨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서는 22일, 보수단체가 현 단장의 서울 도착에 맞춰 평창올림픽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인공기 등을 불태운 것에 대해 “용납 못할 만행”이라고 비난했다. “새해벽두부터 동결상태에 있던 북남관계가 통일을 바라는 민족 모두의 뜨거운 지향과 요구에 따라 대화와 협력, 관계개선의 궤도에 힘차게 들어섰다”는 보도의 이면에 감춰진 것이 있다 해도 정부가 미리 예측해 대응하면 될 일이다. 어떻게 하면 북한에게 남북경색의 빌미를 주지 않고 또 우리 사회의 내부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인데, 이번 현 단장의 방남이 남긴 과제를 슬기롭게 푸는 게 평창올림픽의 성공요소 중 하나임을 정부당국은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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