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국가와 산업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SW 인재의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모든 국민이 코딩 등 SW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2000대 기업 중 미국의 순수 소프트웨어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어도비 등 18개였다. 이 기업들의 매출은 전 세계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도 SAP(독일)·아마데우스IT(스페인)·다쏘시스템(프랑스) 같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SW 기업이 있지만 한국은 단 한 기업도 없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은 HW 분야에 너무 치우쳐 있다. 네이버가 일본 메신저 시장에서 라인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도 순수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터넷 서비스 분야이다. 진정한 IT 강국이 되려면 SW 분야가 강해야 하지만 한국은 SW 분야에선 세계 시장에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벌써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규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도 ‘SW를 가장 잘하는 나라, SW 기업하기 좋은 나라 실현’을 목표로 SW 관련 법령의 전면 개정과 SW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중학교 필수 과정으로 SW교육을 실시한다. 내년부터는 초등학교 5~6학년 대상으로 확대한다. 또한 금년에 SW교육 활성화와 교원 역량 향상을 위한 예산 177억원, 학교 무선망 및 디지털 인프라 확충 관련 예산 200억원 등 377억원을 편성해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장에 투입할 교사들의 SW교육 준비는 미흡하다. 중학교 SW 담당 교사는 학교당 고등학교(평균 1.7명) 4분의 1 수준인 평균 0.4명이다. 대부분 중학교에는 PC와 컴퓨터실도 부족하다. 초등학교 예비교사의 SW교육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저조하다. 최근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김갑수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가 발표한 ‘한국 초등교사 양성기관의 SW교육 과정 분석’에 따르면 전국 11개 교육대학 학생들의 컴퓨터 교육 이수 학점은 4년 동안 평균 1.64학점에 불과했다. 전체 교과학점(49.18학점) 가운데 3.7% 수준이다. 일부 교육대학에서는 교과교육 학점을 아예 부여하지 않아 컴퓨터 교육 등 SW교육 관련 과목을 듣지 않아도 졸업이 가능하다. 당장 내년부터 5~6학년의 학급에서 SW교육을 시행해야 하는데 대부분 교사가 SW를 모른다고 한다.

SW교육이 필수화된 이상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양성을 위해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한다. SW교육의 목표는 학습자 모두 대단한 기술자 창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SW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영역에 SW를 더해 논리적 사고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SW교육은 문제해결력과 창의력 향상으로 앞으로 삶을 잘 영위하기 위한 기본소양교육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한문 또는 가정교사를 SW 교사로 대체하려는 분위기라고 한다. 교사 전문성을 강화해야 제대로 된 SW교육이 시행될 수 있다. 교사가 부족하다고 단기 교육으로 교사를 양성하는 방식은 오히려 교육 현장에 역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SW 전문 교육을 받은 정보 교사를 많이 뽑아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서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예비 교원이 SW 기본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교육대학에서도 SW교육 시간을 늘리고 전문 지식을 배양시켜야 한다고 한다. SW 관련 교과교육 시간을 늘리고 실제 초·중고교에서 SW교육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대학의 교과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또한 SW교육 수준 향상을 위해 교양 과목이 아닌 전공과목으로 하고 현재의 정보사회와 컴퓨터, 정보과학 이해와 활용, 컴퓨터 개론 및 실습 등의 기본과정에서 블록 기반 프로그래밍 기술, 텍스트 기반 프로그래밍 기술, 알고리즘과 문제 해결력 등 최신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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