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결정한 데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관련 업계는 23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이날 발표 며칠 전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도시 전자제품 판매장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등의 세탁기들 (출처: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결정한 데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관련 업계는 23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이날 발표 며칠 전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도시 전자제품 판매장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등의 세탁기들 (출처: 연합뉴스)

세탁기·태양광 ‘트럼프 쇼크’

세탁기 최고 50% 보복관세

삼성·LG “美 소비자만 피해’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미국이 22일(현지시간) 한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 전량과 태양광 셀·모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그동안 우려해온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으로, 정부는 23일 업계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우리나라 세탁기에 부당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맞대응하기로 했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2년 한국산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 가드를 발동한 후 16년 만이다.

로버트 라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향후 3년간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물량에 최대 5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ITC가 발표한 권고안 가운데 최고 수준의 조치인 셈이다. ITC는 당초 120만 대 미만 물량에 대해 무관세 혹은 20%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120만 대 미만에도 20% 관세를 물리는 초강수를 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우선 연간 120만대 한국산 세탁기 수입물량에 대해서 첫해 20%, 2년째 18%, 3년째 16% 관세를 추과 부과한다. 초과물량에 대해서는 첫해 50%, 2년째 45%, 3년째 40% 관세를 부과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 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모두 250만~300만 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또 태양광전지에 대해서도 향후 4년간 2.5GW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 30%, 2년째 25%, 3년째 20%, 4년째 15%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정부는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민관대책회의를 열고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해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하겠으며 이런 취지에서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적극 행사할 계획”이라며 “부당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WTO 회원국 간 분쟁의 최종 판단자 역할을 하는 WTO 상소기구 위원을 지낸 김 본부장은 “과거 WTO 상소기구 재판관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번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보상 논의를 위해 미국에 양자 협의를 즉시 요청할 예정이며 적절한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제품에 대한) 양허 정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이프가드로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가전업체들은 막심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세이프가드는 2~3주 내 발효되며 양사가 올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부터 곧바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 세탁기에 관세 20%가 포함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에 당혹감을 표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미국 현지 공장의 조기 가동 및 생산 물량 확대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결정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며 “최종적 피해자는 미국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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