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마을 북카페 반디에서 책 읽는 사람들. (제공: 가갸날 출판사)ⓒ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3
헤이리 마을 북카페 반디에서 책 읽는 사람들. (제공: 가갸날 출판사)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3 

마을 조성 20년, 역사와 앞날 살펴보는
‘헤이리 두 사람의 숲’ 출간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그동안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개념의 마을이 경기도 파주에 형성됐다. 문화와 예술의 창작·전시·공연·축제·교육 등이 모두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종합적인 예술문화 마을 ‘헤이리’다.

헤이리의 역사를 더욱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4년 7월 정부는 파주 자유로변에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조성하는 방안을 허가했다. 출판산업단지 조성이 확정되자 자연스레 이와 연계된 ‘책 마을’을 만드는 것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1년여가 지나 1995년 12월 출판산업단지 근처 통일동산지구 안에 문화예술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서화촌(書畵村) 부지가 마련됐고, 2년 뒤 1997년 3월 ‘서화촌 건설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마을 만들기 움직임이 시작됐다.

헤이리 마을 한 가운데 선 노을동산에사 바라본 한강 하구. 오른켠은 북녘땅 장단반도다. (제공: 가갸날 출판사)ⓒ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3
헤이리 마을 한 가운데 선 노을동산에사 바라본 한강 하구. 오른켠은 북녘땅 장단반도다. (제공: 가갸날 출판사)ⓒ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3

서화촌 건설위원회는 “서화촌은 서울과 경기도의 시민, 도민들이 교외로 나와서 다양한 문학적·예술적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참여하실 분들을 출판계에 널리 알려 찾고자 한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서화촌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사업 설명을 들을 사무실도 없어 초기 가입률은 저조했다.

이후 사무국이 설치되고, 땅값이 싸다는 점과 정부가 나서 특별법으로 조성한 개발지구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해 회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8년 2월 서화촌건설위원회 창립총회가 개최됐다.

서화촌은 1998년 10월 마침내 ‘헤이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헤이리’는 마을이 자리한 경기도 파주 지방의 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순우리말인 동시에 지역성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마을 회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헤이리 마을 커뮤니티하우스 앞에 설치된 이건용 작가의 작품. (제공: 가갸날 출판사)ⓒ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3
헤이리 마을 커뮤니티하우스 앞에 설치된 이건용 작가의 작품. (제공: 가갸날 출판사)ⓒ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3

헤이리 예술마을 조성 시작 후 20년이 흘렀다. 1997년부터 2008년 초까지 10년간 헤이리 사무국의 책임을 맡은 저자는 마을의 20년을 돌아보는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전체 구성원이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갖고 창작과 주거에서부터 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 전 영역이 유기적으로 관계 지워지는 마을 혹은 도시를 만든다는 건 발상조차 쉬운 게 아니다”고 회상한다.

저자는 정부·전문가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받고 민간 차원에서 이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과 그 진행 과정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헤이리 마을의 주요 골격이 형성되던 태동기 5~6년에 대한 역사를 상세히 기록했다.

책에는 최근의 마을 변화상과 정체성에 대한 반성까지 담겨있다. 저자는 “헤이리가 지나치게 속화됐다는 비판이 아프게 다가온다”며 “초심을 반추할 때다. 헤이리에 남아있는 과제는 문화예술 정체성”이라고 토로한다.

또 “헤이리는 우리 사회의 공적 자산이다. 헤이리가 제대로 기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역할”이라며 “마을이 지나온 여정을 반추하며 문화예술의 중심성을 회복하는 데 이 책이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기록했다.

책은 ▲헤이리 예술마을은 어떻게 탄생하였나 ▲어떤 마을을 만들 것인가 ▲세계로 열린 문화예술의 창 등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사이사이 헤이리 마을 사진과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이상 지음 / 가갸날 펴냄

책 ‘헤이리 두 사람의 숲’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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