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중국의 외교부장은 199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1월이 되면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1년 일정을 시작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르완다, 앙골라, 가봉, 상투메프린시페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하고 돌아왔다. 중국은 1956년 아프리카 국가로는 처음으로 이집트와 수교했다. 그 이후 1963년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와 천이 외교부장은 55일간 아프리카 10개 국가를 방문했다. 중국은 1960년대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필수적이라고 판단된 잠비아-탄자니아 철도건설에 세계은행이 채산성이 맞지 않다고 참여를 거부하자, 중국은 이 공사에 5억 달러의 자금과 총 5만여명의 기술자와 근로자를 투입해 착공 5년 만인 1975년 1859㎞의 철도를 완성해 주었다. 이처럼 중국이 아프리카에 구애를 하게 된 것은 아프리카의 자원과 경제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중국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 철도와 도로, 댐, 발전소는 물론이고 학교, 방송국, 극장 등 문화시설까지 800건이 넘는 무료 지원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아프리카를 껴안아 왔다. 2006년 초 후진타오 주석이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나서, 그 해 11월에는 아프리카 48개국 정상들이 중국-아프리카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 포럼에서 중국은 향후 3년간 30억 달러의 우대차관과 20억 달러의 우대 신용대출을 약속했으며, 그때까지 만기에 이른 무이자 채권형태의 부채를 전액 탕감해 주었다. 사랑을 구할 때는 지속적인 관심과 시시때때로 선물도 안겨주어야 하듯이 중국의 아프리카 사랑은 이렇게 계속돼 왔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희소금속을 포함한 자원부국임에도 지금까지 아프리카의 자원개발에 정성을 들여왔다. 코발트, 텅스텐, 리튬 등 희소금속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재료가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 생산에는 코발트가 필수적인데 중국은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콩고의 텐케 풍구르메 광산에 이미 26억 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만큼 중국은 희소금속 개발과 생산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자원개발과 경제협력의 외교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실크로드) 경제권 형성을 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해서도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서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남아공, 콩고를 방문했고, 금년 1월 1일에는 중-남아공 수교 20주년을 맞아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에게 “양국은 이제 전반적 전략적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고 축전을 보냈다. 앞으로도 중국은 자원 수급과 해상실크로드의 성공적 건설을 위해 아프리카와 우호협력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일 3국은 바야흐로 자원확보를 위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중동과 아프리카에는 중국이 만든 건물과 다리, 도로가 많고 어디를 가도 건설현장에는 중국어 간판이 걸려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일본의 위치가 위축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금속 소비국이지만 전체 천연광석의 9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주력산업인 반도체, 전기차의 장래를 위해 중국의 아프리카 자원외교 사례를 거울삼아 아프리카, 중남미, 호주, 몽골 등 세계 어느 곳에서든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외교전략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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