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방지법 유효” vs “세습 아니라 승계로 불러달라”

명성교회 이어 해오름교회도… ‘세습’ 교회 잇따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해 말 명성교회에 이어 올해는 해오름교회가 교회 세습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두 교회에 대한 소속 교단 측의 태도 차이가 극과 극이다.

먼저 명성교회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측 목회자와 교인들은 세습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도 최근 개신교계 매체를 통해 세습을 정면 비판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 총회장은 최근 열린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공동회장 최기학·전계헌·전명구·이영훈 목사)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교단법에 어긋난다”며 “이미 (명성교회는) 세습을 진행했으니, 거기에 따른 책임 있는 입장을 분명히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준 김삼환 목사는 교단 헌법위원회가 기존 세습금지법이 개정된 것으로 여기고 교회세습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세습금지법이 유효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9월 정기총회에서 헌법위는 세습금지법이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는 했지만 법안을 개정하지는 않았다. 아울러 그 다음 달 진행된 서울동남노회 정기노회 전 세습금지법이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예장통합 교단 내에서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논란이 거센 이유이기도 하다.

예장통합 산하 신학대학교인 장로회신학대 교수들과 학생, 목회자들, 해외 한인 목회자 등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명성교회 세습을 결정한 서울동남노회 임원선거와 관련해 재판이 열리고 있는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는 반대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재판으로 명성교회 세습의 합당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습을 통과시킨 노회 구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교단 내에서는 재판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명성교회가 교단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에 부딪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 해오름교회는 오히려 교단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해오름교회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총회는 세습이 가능하도록 자리를 깔아줬다.

지난 12일 해오름교회는 공동의회를 진행하고 최낙중 목사의 차남 최진수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공동의회는 당초 14일 일요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날짜는 갑자기 금요일인 12일로 변경됐다. 일부 교인 사이에서는 ‘날치기 통과’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럼에도 사실상 세습은 무리 없이 진행됐다.

예장대신은 교회 측의 세습에 명분을 더해줬다. 11일자로 발표된 성명에서 대신총회는 ‘담임목사 청빙은 각 교회 고유의 권한’이라며 세습을 교회 재량에 맡겼다. 또 담임목사직의 승계에 대해 ‘영적 리더십의 승계’라며 물질적 세습으로 평가하는 시선을 경계했다. 아울러 ‘세습’이라는 용어 사용도 금했다. 신앙적 관점에서 ‘승계’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성명에 따르면 해오름교회 부자세습은 영적 ‘승계’로 명분이 있으며, 교단 방침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계 안팎으로 교회 세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도 이처럼 소속 교단의 제제 없이는 실질적인 규제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교회의 세습은 대부분 교단의 방향과 맥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목사도 교단총회가 세습방지법 제정할 당시엔 ‘세습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교단 헌법위가 지난해 법안에 대한 유권해석이 다르게 내놓자 곧바로 세습을 강행했다. 교계 내 비판의 목소리도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해오름교회 사례에서도 공동의회가 열린 날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가 교회 앞에서 세습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교회 측은 개의치 않았다.

개신교 내에서는 세습 반대에 대한 목소리는 지난 2012년 개신교 진보진영 목회자와 교인들로 구성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가 출범한 후 본격적으로 여론화하기 시작했다. 세반연은 감시기능을 발휘해 세습이 진행된 교회와 진행 중인 교회에 대해 신고를 받기 시작했고, 세습이 진행되는 교회에 찾아가 반대 시위 등 목소리를 내왔다. 현재 서울 안팎의 120여 교회가 세습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습에 대한 세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중·대형교회에서 한 해 다뤄지는 재정규모가 수십에서 수백억에 달하하고, 교회재정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마련되기 때문에 사적 세습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감리교 예장통합 기장 등 몇몇 교단에서 세습방지법이 통과됐지만, 법망을 피해가는 변칙세습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교회 측에서는 교회 안정화를 위해 세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세습은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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