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남승우 기자] 강제개종교육피해인권연대(강피연) 광주전남지부와 시민들이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천지일보 광주=남승우 기자] 강제개종교육피해인권연대(강피연) 광주전남지부와 시민들이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피해자 “목회자 처벌 피하려 가족 전면에 내세워”

가정사로 치부하기엔 ‘납치·폭행·포박’ 피해 심각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부모님이 주신 초코우유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땐 속옷이 다 벗겨지고 겉옷만 입은 상태에서 양평의 한 펜션에서 감금됐었다. 개종목사에게 속은 부모님은 직장도 내팽개치고 개종교육을 시키려고 했다(정모씨, 23, 여).”

“눈을 떠 보니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있었다. 손과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청 테이프와 압박붕대로 목과 몸통까지 칭칭 감긴 채 짐승처럼 끌려갔다(김모씨, 24, 여).”

“개종목사의 사주를 받은 부모님에 의해 폰을 빼앗기고 안산의 한 원룸에 납치됐다. 문은 열쇠로만 열 수 있었고 창문도 한 뼘만 열리는데 마치 정신병원 같았다(천모씨, 27, 여).”

화순 펜션 20대 여성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강제개종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전남 화순경찰서에 따르면 펜션에서 나가려는 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딸을 숨지게 한 A(56)씨와 B(55, 여)씨 부부를 폭행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다. A씨 부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40분께 전남 화순 한 펜션에서 딸 C(25, 여)씨와 종교문제로 다투던 중 나가려는 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C씨의 다리를 누르고 B씨가 C씨의 입을 틀어막아 수일 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문을 낳는 것은 당시 펜션의 창문은 못질해 열 수 없도록 조치돼 있었고, 해당 펜션은 무려 3개월 동안 장기 투숙 예약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화순 펜션 사건으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주류 종단의 신생 종단에 대한 도를 넘는 경계심이 사회문제로 표출되고 있다. 이른바 ‘강제개종교육’인데, 피해자들은 신체의 자유는 물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호소한다.

[천지일보 광주=남승우 기자] 강제개종교육피해인권연대(강피연) 광주전남지부가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천지일보 광주=남승우 기자] 강제개종교육피해인권연대(강피연) 광주전남지부가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강제개종교육’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때는 지난 2008년이다. 인권단체인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정피모) 정백향 대표와 진민선 간사, 회원 등이 ‘종교증오범죄예방캠페인’을 벌이면서부터다. 정 대표 등은 피해사실을 알리다가 2010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진용식 목사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그러나 법원은 2012년 정피모에 무죄를 선고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정피모가 주장했던 내용이다. 정피모는 2008년 10월 23일 대법원이 진용식 목사 등에 대해 선고한 판결 내용을 캠페인을 통해 알렸다. 진 목사는 2000~2001년 사이 정 대표와 진민선 간사, 또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강제개종교육을 강행했고, 남편과 가족들이 안산상록교회 옥탑방과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감금하는 것을 방조한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때 주류교단의 개종교육은 ‘이단상담’이라는 명목 하에 목회자 주도로 이뤄졌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문은 이점을 단적으로 투영했다. 재판부는 “진 목사의 경우는 그 자신이 개종강요의 주체라 할 것이며, 나머지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보조적인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개종의 권유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중차대한 범죄”라며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범죄”라고 판시한 바 있다.

판결 내용은 매체들의 보도로 파장을 일으켰다. 진 목사 등 이단상담소에서 종사하는 이단상담가(피해자들은 ‘강제개종목자’라 표현함)들은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천지일보 광주=남승우 기자] 강제개종교육피해인권연대(강피연) 광주전남지부가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천지일보 광주=남승우 기자] 강제개종교육피해인권연대(강피연) 광주전남지부가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이후 이단상담가들의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강제개종목자들은 법적인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략을 바꿨다. 자신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표적으로 삼은 성도의 가족들을 먼저 만나 일방적인 비방으로 교육한 후, 불안감을 형성시켜 결국 가족 주도로 강제개종교육을 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 교육은 개종이 될 때까지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들은 가족을 고소하기 어려운 한국사회의 정서를 교묘히 이용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가족도 일종의 피해자인 셈이다.

이단상담가들의 전략은 성공(?)했다.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가 집계한 사례에 따르면 강제개종피해 건수는 2012년을 기준으로 전년도 60건에서 이듬해 130건으로 두 배 이상 뛴다. 2014년에는 160건으로 급증했다. 강제개종교육 피해를 호소하는 성도들은 1000명도 넘었다.

강피연에 따르면 피해자들 대부분은 가족이 연루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지 못하거나 고소를 시도했다가도 포기하기가 일쑤라고 전했다.

하지만 가정사로 치부하기엔 피해 상황은 상당히 심각해 보인다. 강피연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협박과 세뇌를 당한 피해자가 92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감금을 당한 피해자는 802명에 달했다. 납치를 당해 끌려간 경우도 663건으로 집계됐다. 폭행(541건)을 당하거나 수갑·밧줄(367건)로 포박되기도 했다. 사회적인 대안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 강제개종교육이란.

소수교단 소속 교인을 대상으로 강제로 소속 교단을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강제개종교육은 납치, 감금 등을 동반한 심각한 인권침해를 수반한다. 실제 강제개종교육을 하는 주체는 개종목사이지만, 교육을 받기까지 폭력·감금 등에 부모(가족)도 관여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개종목사는 부모를 방패막이로 삼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으며, 이들 부모에 대한 고소·고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개종교육 피해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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