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남북선수단,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개막식 (출처: 뉴시스)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남북선수단,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개막식 (출처: 뉴시스)

1964년 동경올림픽대회 단일팀 구성 논의 시 합의
IOC 권유로 남북 애국가(각 25초+)로 편곡될 뻔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2018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입장식에서 입장식용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한반도기를 든 남북 공동 입장 시에는 빠른 행진곡 아리랑이 연주된다. 아리랑은 수상 시 단기가 올라갈 때도 연주된다. 이와 관련, 남북공동입장 단가로 아리랑이 언제 처음 합의됐는지 역사를 알아봤다.

◆편곡 거부, 아리랑 단가 합의

21일 한겨레아리랑연합회(상임이사 김연갑)에 따르면, 남북체육회담 역사에서 단일팀 상징체(호칭·단기·단가)가 제정된 것은 ‘1990년 북경아시아게임 단일팀구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이었다. 실제 단일팀으로 출전, 사용된 것은 1991년 세계청소년탁구선수권대회 지바대회였다.

‘1990년 북경아시아게임 단일팀구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 1차 회의는 1989년 3월 9일 오전 10시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이날 첫 토의 주제는 ‘선수단 명칭’, 두 번째 토의 주제는 ‘선수 단기’였다.

세 번째 토의 주제가 ‘선수 단가’였고, 1920년대 불렀던 아리랑으로 채택키로 쌍방합의(북한 측 단번치기로 결정)를 보았다.

이에 앞서 단가 아리랑은 1963년 스위스 로잔에서 ‘제18회 1964년 동경올림픽대회’ 단일팀 구성 논의 시 합의됐는데, 이를 수용해 1차 회담에서 완전 합의를 거둔 것이다.

1964년 당시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동서독 단일팀의 경우를 들어 양 국가(國歌) 25초씩을 사용, 남북 국가를 25초씩을 편곡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남북 모두 거부, 아리랑을 합의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는 첫 남북회담에서 아리랑이 채택된 것”이라며 “단가 아리랑의 역사성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이 첫 회담은 장웅 대표의 마지막 발언으로 12시 10분 종료, 단가 아리랑을 합의하고 2시간 10분 만에 끝냈다.

◆단일팀 불발 연속… 아리랑 사용되기까지

하지만 북경아시아게임 단일팀 결성은 결국 불발됐다. 이후 1990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은 나란히 결승에 올랐고, 남한이 승부차기로 우승을 차지해 세계대회 진출권 획득했다.

이때 남한이 북한 측에 단일팀을 구성해 나가자는 제안으로 논의가 재개된 바 있다. 그러나 축구 단일팀 구성이 어려워 1991년 4월 24일 일본 지바에서 개최되는 세계청소년탁구대회 단일팀 구성으로 재개됐다. 1991년 2월 12일 4차 회담에 이르기까지 73일간의 협상을 거쳐 단일 팀 ‘코리아’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단가 아리랑이 심의·연주·제작·사용에 이른 것은 1991년 1월 26일 북측이 악보를 보내오면서다. 이 악보를 20일 통일원 남북대화사무국이 ‘아리랑의 역사성과 통일성’을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주제발표 김연갑)하고, 3월 20일 KOC(대한올림픽위원회) 주최 ‘악보 결정을 위한 심의회’에서 단가 아리랑 악보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북측의 제공 악보에 남측 김희조가 편곡하고, KBS교향악단(금난새 지휘)이 연주·녹음하고 이를 KOC가 음반으로 제작해 남북이 사용하기로 했다. 

1991년 4월 12일 오후 2시, KBS 본관 5층 관현악단 연주실에서 아리랑이 연주·제작됐다. 연주실에서 김희조, 김연갑 상임이사가 참관했다. 

김 상임이사에 따르면, 이날 제작된 단가 ‘아리랑’은 2종이다. 4분의 3박자로 연주, 시상식과 의전용과 입장식과 행진용 빠른 연주 2종이다. 이 2종이 1991년 일본지바 세계청소년탁구대회 때 첫 사용됐다. 1991년 3월 20일 남북 확정 사항에는 단일팀의 경우 입장식과 행진 시 빠른 연주곡을 사용하고, 시상식에서 우승, 금메달일 경우 수상식용을 사용하기로 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번의 평창올림픽대회 경우는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 시 빠른 행진곡 아리랑이 사용된다”며 “역사적 관례에 따라 공동응원가는 가사가 있는 아리랑이 불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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