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동계스포츠] ④동장군도 이긴다… ‘팽이치기’ 주인공은 나
[선조들의 동계스포츠] ④동장군도 이긴다… ‘팽이치기’ 주인공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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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 김준근의 팽이치기 그림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기산 김준근의 팽이치기 그림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18~19세기부터 ‘팽이’라 불려
‘뺑이·삥딩’ 등 지역 이름 달라
아이들 함께 모여 겨루기도 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겨울철 놀이하면 빠질 수 없는 민속놀이가 ‘팽이치기’다. 1960년대 후반 사람들은 어린 시절 농촌은 물론이고 도회지에서도 팽이치기를 했다. 하천에 얼음이 얼면 강추위에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 팽이를 치며 함께 즐겼다. 원뿔모양으로 깎아 만든 팽이는 채로 쳐서 빙빙 돌리는 놀이였다.

◆팽이 어원은?

팽이는 도는 모양을 나타낸 의성·의태어인 ‘팽’과 접미사 ‘이’로 이루어진 말이다. 곧 ‘팽팽 도는 것’이라는 뜻이다. 옛말 ‘핑이’도 마찬가지이다. 팽이라는 말은 18~19세기에 생긴 것으로, 그 전까지는 ‘핑이’라고 불렸다.

팽이치기 이름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평안도에서는 ‘세리’, 함경도에서는 ‘봉애’ ‘방애’, 경상도에서는 ‘뺑이’ ‘핑딩’, 전라도에서는 ‘뺑돌이’, 제주도에서는 ‘도래기’라고 불리었다.

조선 정조 때의 한어·만주어 사전인 ‘한청문감’과 숙종 16년에 씌어진 ‘역어유해’에는 팽이를 ‘핑이’, 팽이 돌리는 것을 ‘핑이 돌리다’로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팽이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나와 있지는 않다. 다만 720년(성덕왕 19)에 씌어진 ‘일본서기’에 팽이가 고려로부터 전해왔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최소한 그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팽이는 박달나무·대속나무와 같이 무겁고 단단한 나무나 소나무의 관솔 부분을 깎아서 만들었다. 나무가 단단해야 끝이 쉽게 무뎌지지 않아서다.

채 길이는 50㎝쯤 되며 흔히 명주실이나 노끈을 잡아매지만, 닥나무 껍질이 으뜸이다. 이들의 끝이 너풀거리도록 풀어두면 팽이에 닿는 부분이 넓어서 더 잘 돈다.

채를 사용하지 않는 팽이도 있다. 바가지팽이, 상수리팽이, 뺑오리팽이 등이다. 특히 바가지팽이는 깨어진 바가지 조각을 손바닥 크기로 둥글게 깎은 다음 가운데에 작은 구멍을 뚫어 그 구멍에다 끝을 뾰족하게 깎은 나무를 꽂아 만든 것이다. 바가지 조각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바가지팽이라고 불렀다.

팽이와 팽이채ⓒ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팽이와 팽이채ⓒ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팽이치기, 다양한 놀이법

아이들은 팽이를 단순히 돌리는 게 아니라 겨루기를 했다. 팽이 겨루기에는 오래 돌리기· 멀리치기·빨리 돌아오기·부딪쳐 돌아오기·찌개돌리기 등이 있다.

오래 돌리기는 팽이를 힘껏 돌린 뒤, 남의 팽이에 한 번 부딪고 나서 오래 살기를 겨루는 방법이다. 멀리치기에서는 팽이를 미리 그어 놓은 줄에 세웠다가, 신호에 맞춰 친 후 남보다 멀리 가면서 살도록 한다. 빨리 돌아오기는 팽이를 어느 지점까지 빨리 몰고 가서 장애물에 부딪히게 한 후 되몰고 와 오래 살리는 방법이다.

찌개 돌리기에서는 팽이를 한동안 돌린 뒤, 채로 남의 팽이 몸통에 번갈아 가며 밀어 부딪게 하여 오래 살리는 쪽이 이긴다.

이 같은 팽이치기 풍경은 조선 말기의 문신·서예가 최영년의 시집인 ‘해동죽지’에 담겨있다.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기금 및 국민주택기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복권, 앞면에 팽이치기 모습이 담겨 있다.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기금 및 국민주택기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복권, 앞면에 팽이치기 모습이 담겨 있다.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1

‘백 번 구르고 천 번 돌아 잠시도 쉬지 않으니/ 아이들이 즐겨보고 신기하다 외친다/ 둥근 해와 달도 본디 이와 같으니/ 뜬 세상의 분주함을 네 어찌 알랴.’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기금 및 국민주택기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복권 앞면에도 팽이 그림이 담겨 있다. 그림 속에 세 명의 아이들은 추운 날씨임에도 팽이를 돌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기산 김준근의 그림 속에도 팽이치기 모습이 담겼다. 삼각구도로 서서 팽이를 돌리는 3명의 아이들의 손에는 각각 팽이채가 들려있다. 아이들은 바지·저고리에 댕기머리를 하고 있어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팽이치기는 우리 삶에 묻어있는 민속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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