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 꽃의 고백’ 스틸. (제공: 필름에이픽쳐스)
영화 ‘기생: 꽃의 고백’ 스틸. (제공: 필름에이픽쳐스)

왜곡된 시선·무관심 속에서 사라져

실제 기생, 철저히 숨기고 살아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고, 어딘가 결기와 한이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은 외면적 아름다움과 내면의 신비로움을 뿜어내며 우리가 몰랐던 대중문화예술인 기생.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인 ‘해어화(解語花)’로 불리던 이들은 20세기 초 문화예술계를 주름잡으며 화려하게 피었다가 왜곡된 시선과 무관심으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기생: 꽃의 고백(감독 홍태선·임혁)’이 오는 25일 개봉한다.

‘기생: 꽃의 고백’은 예인으로서,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 자신들의 빛나던 시절을 감춘 채 살아가야 하는 기생을 복권하고 아름다웠던 그녀들의 삶을 기억하게 되새기고자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영화 ‘기생: 꽃의 고백’ 스틸. (제공: 필름에이픽쳐스)
영화 ‘기생: 꽃의 고백’ 스틸. (제공: 필름에이픽쳐스)

 

영화는 군산 소화 권번의 마지막 예기 장금도 명인을 중심으로 역사 속에 숨겨진 기생들의 삶과 이야기를 추적해간다. 1920~1930년대 경성의 문화, 권번을 중심으로 한 군산의 문화는 기생들로 인해 화려했다. 기생들은 외면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연기, 무용, 악기 연주, 예술에 대한 식견까지 갖춘 문화 엘리트이자,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신문물을 받아들인 선구자들이었다. “최승희 같은 무용가가 춤을 배우러 군산까지 내려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의 기예는 출중했다.

전통 무용을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전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가 드러나길 원치 않았다.

영화는 후손들의 반대로 절대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는 왕년 기생들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실제 기생들은 본인의 정체성을 철저히 숨긴 채 살아가고 있었으며, 얼굴을 가리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영화 ‘기생: 꽃의 고백’ 스틸. (제공: 필름에이픽쳐스)
영화 ‘기생: 꽃의 고백’ 스틸. (제공: 필름에이픽쳐스)

 

이처럼 한국에선 ‘술을 따르는 여자’ ‘몸 파는 여자’로 치부되지만 일본에서 오히려 그 전통이 계승돼 고급공연문화로 발전하고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많은 연구 자료가 일본에 남아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들의 역사적 존재를 왜곡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그들은 와인을 마시고, 커피와 담배를 즐겼다. 무용, 레뷰를 비롯해서 모든 춤과 연기는 그녀들의 몫이었다.”

감독을 비롯한, 언론사 기자, 역사 학자, 전통 무용 예술인 등 수많은 연구자들이 그녀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 땅의 구석구석, 그리고 일본까지 오가는 긴 여정을 거치며 대중예술인으로서 존재했던 기생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열망을 담아냈다.

그들의 간절한 열망을 담은 끈질긴 추적을 통해 역사 속에 감춰져야만 했던 그녀들의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들은 깊은 여운과 울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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