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틸. (제공: HJ컬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틸. (제공: HJ컬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무대 올라

고흐 형제 편지 중심으로 구성

가로 22m·세로 5m의 벽면 캔버스

고흐의 작품 선보이고 내용 이끌어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코발트블루와 하늘색으로 물든 무대. 짙은 연두색 나뭇가지 위에는 어느새 새하얀 아몬드 나무 꽃이 만발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봄바람이 불자 새하얀 아몬드 나무 꽃잎은 왈츠를 추듯 살랑거리며 흩날린다.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 ‘꽃 피는 아몬드나무’가 눈앞에서 재현된 것이다. “우와”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오는 이곳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공연장이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불멸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삶을 아름다운 영상·음악과 함께 조명한다. 이 작품은 당시 인정받진 못했지만 늘 예술혼으로 불탔던 빈센트와 그의 동생 테오 반 고흐(1857~1891)가 주고받은 700여통의 편지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빈센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6개월 후 ‘테오’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빈센트의 유일한 후원자, 평생의 동반자였던 테오는 몸과 정신이 엉망인 상태에서도 형의 유작전을 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테오는 형에게 받은 편지와 그림들을 정리하면서 그와의 추억이 담긴 시간으로 여행을 떠난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틸. (제공: HJ컬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틸. (제공: HJ컬쳐)

 

뮤지컬은 그동안 봐왔던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다룬 전시·책·연극 등과 다르게 고흐 형제의 편지를 바탕으로 영상을 활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간 드러나지 않은 빈센트의 인생과 그의 내면이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700여통의 편지로 밝혀진다. 이 때문에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계속되는 빈곤 속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기에 힘쓰던 빈센트 반 고흐가 삶의 균형을 잃어가는 모습이 관객에게 더욱 쉽게 다가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그림을 구원자로 여긴 빈센트의 열정·집착을 부각한다. 돈이 모자라 밥 대신 물감을 사며 잠을 자지 않고 그림에만 열중해 미쳐가는 빈센트의 모습은 잔잔한 작품에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덕분에 관객은 빈센트의 삶에 더욱 빠져들고 집중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영상미다. 제작진은 프로젝션 3D 맵핑 기술을 활용해 단순히 스크린에 투사하는 형태가 아닌 실재하는 공간에 살아있는 움직임을 구현했다. 가로 22m·세로 5m의 대형벽면과 소품 등에 여러 대의 프로젝터를 동시에 쏘아 입체감을 살렸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틸. (제공: HJ컬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틸. (제공: HJ컬쳐)

 

첨단 기술 덕분에 무대는 빈센트의 캔버스가 됐고, 캔버스 위에 비친 ‘밀밭을 거니는 농부’ ‘하늘의 별’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있는 밀밭’ 등 작품 50여점의 그림은 관객을 순식간에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또 영상은 단순히 배경의 역할뿐 아니라 극 주요 장면에서 서사를 이끌어 2인극의 여백을 채워준다.

여기에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작곡과 음악 감독을 맡아 록·블루스·발라드 등 풍성한 음악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대부분 잔잔하지만 17곡의 넘버 중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랩을 연상시켜 극의 재미를 더한다.

2인극인 만큼 주인공 두 배우의 역량이 중요하다. 지난 6일 공연에는 배우 김태훈이 ‘테오’를 연기했고 ‘빈센트’역은 배우 이준혁이 맡았다.

배우 이준혁은 예술가에서 광인으로 변하는 빈센트의 감정을 무리 없이 연기했다. 특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의 장면에선 빈센트의 슬픔과 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자신을 떠나려는 고갱을 필사적으로 붙잡는 모습에서는 정상인과 미치광이의 경계가 뚜렷이 보였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틸. (제공: HJ컬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틸. (제공: HJ컬쳐)

 

김태훈은 테오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아버지, 둘의 외사촌 안톤, 빈센트의 동료 화가 고갱 등 일인다역을 맡아 시공을 넘나드는 역할을 소화했다. 초연부터 함께해온 배우답게 그는 배역에 따라 목소리·동작 등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또 테오의 젊은 시절과 장년 시절을 연기하는데, 한쪽 다리를 저는 등 미세한 연기변화로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어색하지 않게 표현했다.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다룬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오는 28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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