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정원을 비롯해 검찰과 경찰 개혁의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국회차원의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개헌 문제도 이젠 공이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물론 정치권의 이견이 워낙 많아서 제대로 합의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뤄진다는 것은 그 결과에 따라 정책의 명운이 걸려있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구상이 있더라도 국회에서 법으로 제도화 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지금 국회에서의 여야 협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라 하겠다.

국회 사개특위 정성호 위원장이 18일 여야가 합의를 이뤄 국회에서 권력기관 개혁의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국회가 중심이 돼 권력기관 개혁을 논의한다는 원칙을 기본으로 야당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해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사개특위는 공수처 설치를 비롯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여기서 여권이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면 공수처의 중립성 방안과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와 관련해 대안을 내놓고 야당을 설득하면 될 일이다. 특히 공수처의 장을 임명하는 문제는 야당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해야 한다. 말로만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아프더라도 야당의 우려와 요구를 수용하고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경청의 기본자세라 하겠다.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다룰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도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여권의 스탠스는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이 어떻게 협상을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승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권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집권당의 의지와 정치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당이 ‘차선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아예 판을 깰 수도 있다. 이를테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개헌안 구상이 마치 ‘가이드라인’처럼 된다면 이미 판은 깨진 것과 다름 아닐 것이다. 그리고 설사 판이 깨지더라도 이것이 지방선거 정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선거정치에 이용한다면 상황은 최악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개헌문제를 놓고 ‘개헌세력’과 ‘호헌세력’ 운운하며 ‘진영논리’로 판을 짜고 있는 듯하다. 자칫 개헌 문제가 정쟁으로 비화돼서 지방선거 정국을 강타할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이쯤 되면 ‘협치’라는 것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으로 이뤄낸 정권교체이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처럼 소중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집권당의 성숙하고 진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협치’의 기본과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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