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특히 큰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는 어느 정당이든 국민 앞에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한 얘기다. 물론 ‘좋은 평가’란 단순히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다는 것만은 아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익과 원칙 그리고 정의를 구현하는 정치 리더십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때가 많다. 민주정치의 수준이 높을수록 그만큼 ‘좋은 평가’에 대한 기준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선진 민주정치에서는 ‘포퓰리즘’ 같은 것이 설 땅조차 없다. 수준 높은 국민과 정치문화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더 냉정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여러모로 현대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다. 특히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피플파워’는 역사적인 변혁의 동력이었다는 점에서 가장 자랑스런 성과라 하겠다. 따라서 촛불민심 이후의 정치의식도 그 이전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탄핵정국의 큰 성과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엄청난 행운의 텃밭에서 국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북핵을 놓고 북미 간에 ‘말 폭탄’이 쏟아지고 우리의 외교역량이 구설에 올랐을 때도 국민적 지지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게다가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피플파워’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수구세력의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저항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더 결속시키고 있다. 지금 이대로만 간다면 여권이 뭐든 못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은 최대 난제였던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 일종의 모멘텀을 만들어 주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적극적인데다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까지 맞장구를 쳐주고 있으니 보통 기회가 아니다. 물론 이후에 또 엄청난 비용청구가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최악의 딜레마’가 ‘최상의 상상력’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6월이면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자칫 오버할 수 있는 타이밍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정부 정책을 보노라면 크고 작은 이슈마다 매끄럽지 못할 뿐더러 설익은 ‘정치과잉’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뒤늦게 내놓은 가상화폐 규제책과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방침은 철학 빈곤의 아마추어리즘에 불과하다.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이슈도 설득과 타협보다는 밀어붙이기에 다름 아니다. 국정원 개혁 등의 권력기구 개편안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면에 나설 일이 아니다. 참모는 참모로 존재해야 하며 야권 입장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한반도기 입장을 탓할 수는 없다. ‘평창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남북 단일팀으로 재구성키로 한 것은 ‘정치 과잉’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 정도의 아픔은 감수해야 한다면 이는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아무튼 최근 사정이 급한 것인지 아니면 미숙한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영 편치만은 않아 보인다. 앞으로 닥쳐올 정책 불신과 국민적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참으로 걱정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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